[녹색성장기본법] 말에서 행동으로 바뀐 `그린 코리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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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하 녹색법) 제정으로 녹색성장의 법적 기반이 완성됐다. 정부는 녹색법을 통해 녹색성장 정책의 기본 원칙을 정하고, 녹색기술·녹색산업 지원, 기후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목표관리, 녹색생활 및 지속가능발전 등의 큰 틀을 확정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미국·호주·일본 등 선진국보다 한발 앞서 법을 시행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 같은 기후변화 ‘얼리 무버’로서의 노력은 향후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녹색법 발효, 녹색성장 행동단계로 전환=녹색법 발효는 우리나라 녹색성장 정책이 기존 ‘계획단계’에서 ‘행동단계’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녹색법은 녹색성장 5개년계획 수립 근거를 명시하는 등 녹색성장 관련 조직 운영과 국가 전략 이행의 안정성 및 계속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또 기업의 기술 및 사업에 대한 녹색인증제를 도입하는 한편, 이들에 집중 투자하는 녹색산업투자회사 지정요건을 마련하고 이 투자회사에 정부 출자를 가능하게 했으며, 녹색제품의 공공기관 구매 촉진 등을 통해 녹색 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을 유도토록 했다.

 아울러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요금 체계를 원가주의로 전환하고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주택에 취득·등록세 감면을 추진하는 등 환경 친화적인 세제 개편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녹색법은 국가 온실가스 관리체계를 마련해 중기 감축목표 이행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총괄 관리 부처인 환경부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신설하고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측정·관리체계) 구축 및 부문별(12개)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지원하게 된다. 부문별로 지식경제부(산업·발전), 농림수산식품부(농업·축산), 국토부(건물·교통), 환경부(폐기물)가 각각 목표의 설정·관리 등을 관장한다.

 ◇산업 경쟁력 우려, ‘경제성장’ 고려한 법 만들어=녹색법은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산업계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단일화하고, 제도 운용 관련 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먼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주관부처를 단일화해 업체의 이중 규제 부담을 해소했다. 환경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설정·관리 및 필요한 조치에 관해 총괄 조정기능을 수행하지만 부문별로는 해당 부처에서 목표의 설정과 관리 등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에 주어졌던 ‘개선명령’ ‘합동조사’ 등의 범위를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축소해 이중 규제 문제를 해소했다.

 또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관리업체는 명세서에 영업상 비밀이 있을 경우 비공개 요청을 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내에 별도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정부는 국내 산업계의 준비상황을 반영해 목표관리제 등 규제 부문은 속도를 늦추고 녹색인증제 등 진흥책은 바로 실시할 계획이다.

 올해 9월로 예정된 ‘목표설정’을 한 해 미뤄 관리업체들이 내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2012년 감축 활동에 들어가도록 배려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에너지 효율이 높아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낮은 사업장이 목표 달성을 하는 데 용이하도록 오프셋제도와 목표관리제 이행 시 목표량보다 초과 달성한 분량에 배출권거래제도와 연계해 초과분을 인정해주는 방안 등 산업계 부담 완화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녹색성장, 아직 풀어야할 숙제 많아=전문가들은 “녹색법 발효는 그야말로 녹색성장 정책이 겨우 첫발을 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부문별 감축량 할당과 온실가스 배출량의 측정·보고·검증(MRV)체계 구축, 배출권거래제 도입 등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가장 큰 논쟁이 예상되는 것은 바로 산업·수송·건물 등 부문별 감축량 할당”이라고 꼽았다.

 정부는 일단 산업 부문을 배려해 비산업 부문에 최대한 많은 감축량을 배분하고, 남는 부문만 부담 지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녹색위와 환경부는 국가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시 연구했던 부문별 할당 잠재량 데이터를 최근의 부문별 상황(기술 수준, 공장 증설 계획 등)을 반영해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허 교수는 “온실가스 할당은 곧 이를 감축해야 하는 부문의 비용 부담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일괄적인 양적 분배가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에 따른 우선순위를 매겨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종 건국대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량에 대한 MRV체계가 아직 미흡한 것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은 사실상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에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의 온실가스 인벤토리 등 감축 기반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검증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강 교수는 “우리가 아무리 ‘얼리 무버’를 외치며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했다고 발표해도 MRV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처음부터 국제무대에서 통용되는 완벽한 MRV체계와 그 기준에 맞추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에 대한 준비는 시작해 나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2012년 도입을 목표로 하반기에 만들어질 ‘배출권거래제법’도 주관기관 선정 등 세부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하며, 녹색법의 주 재원이 될 ‘탄소세’ 문제도 각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달라 도입까지 오랜 진통을 예상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