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유출 급증 불구 예산 ‘쥐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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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업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예산이 국가 연구개발(R&D) 전체 예산의 0.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산업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 예산 증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및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12일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산업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60억원 가량의 예산을 확보했다. 국가 R&D 전체 예산 14조원의 0.4% 밖에 안되는 규모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기술유출방지시스템 구축 및 컨설팅(8억원), 기술보호상담센터(10억원), 기술임치지원센터(17억원), 산업보안기술개발사업(25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기술유출방지시스템 구축은 산업 기밀이 바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사업으로 기술 기업에는 필수적인 항목이다.

하지만 시스템 구축 예산은 8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기업이 시스템 구축의 50%를 공동 투자하는 것이 조건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1개 기업에 시스템 구축 비용만도 최소 4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이 넘게 소요되는데, 8억원의 배정 예산으로는 기껏해야 10개 기업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마저도 국가에서 정한 핵심기술 보유 기업에 한정돼 올해 시스템 구축 지원을 기대하던 중소·중견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다. 유관 사업 예산 일원화 명목으로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던 20억원의 예산 마저 삭감된 데 따른 것이다. 지경부가 대기업과 국가 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자체 예산과 자금으로 기술 유출을 막을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에는 예산이 그나마 있는 반면, 기술과 아이디어만 갖고 있는 중소·벤처에 대해선 지원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일부인 예산마저 지경부에 쏠리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자금은 전무한 상태”라며 “매년 이맘 때 자금지원을 기대하던 중소기업에게 예산이 없으니 돌아가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국정원에 따르면 2008년까지 최근 5년간 적발된 기술유출 사건 160건 가운데 중소기업 사례가 103건(64%)에 달한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한편, 지경부는 올해 300억원의 관련 예산 반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예산이 한정적인 데다 기술 유출에 대한 심각성 인식 수준이 정부 부처간 다르기 때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향후 3년간 1000개 기관의 산업기술 보호 설비구축 지원사업을 지원하려면 최소 35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당장 부내에서도 예산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며 “부처간은 물론 부 내부에서도 지원 예산을 요청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경민·이경원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