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크리드,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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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월드 스마트그리드 포럼’이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개최됐다. 참석한 인원만 해도 3000명이 넘어설 정도로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혔고, 우리나라 산·학·연·관의 준비 및 이행 상태를 살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당시 포럼에 참석했던 미국 스마트그리드 협회(Grid wise alliance) 귀도 바텔 회장은 “한국은 스마트그리드의 추진 속도가 매우 빠르고, 앞으로 스마트그리드의 강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게 기억난다.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도 좋지만 정말로 한국 사람들의 추진력은 대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생각해 보면 작년은 로드맵을 완성하고 제주 실증단지를 구축하기 위해 힘껏 뛰었던 한 해다.

 스마트그리드 이행 속도는 나라마다 환경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겠지만 주요 선진국에서는 현재 스마트그리드 이행을 위해 정부와 기업체가 협력하면서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다.

 지난 3월 15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57번째 재생에너지 실무위원회(REWP) 회의가 열렸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각국의 수많은 정책, 기금지원, 기술개발 등 구체적인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나라별로 다르지만 이르면 2015년께 신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에 경쟁력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재생에너지원의 경우 발전 단가가 다른 발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향후 유가 상승을 고려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유럽은 주로 기업들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벤처캐피털 등을 통해 별도의 펀드를 조성해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일반기업들의 움직임에 부합해 각국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서는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발표했다. 유럽에서는 2020년까지 전체 전력의 20%를 풍력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최근에는 ‘DESERTEC’ 프로젝트로 신재생에너지원의 발전 비중을 2050년까지 전체 전력의 50%로 올리겠다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우선 국가단위 전력망을 스마트화하고 국가별로 전력망을 상호 연계가 돼야 한다. 유럽을 슈퍼그리드로 구성하고 마지막으로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초대형 태양광 발전단지를 연계하는 청사진도 제시돼 있다.

 세계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목표치는 이미 스마트그리드를 전제로 하고 있고 스마트그리드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이유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꾸준한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세계적인 운영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송배전 손실률, 배전자동화 등은 이미 스마트그리드에 가깝다고 할 정도다.

 현재 진행 중인 제주실증단지는 이미 전력망의 지능화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될 스마트그리드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기 좋은 청사진이나 연구보고서가 아닌 만질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리얼 스토리가 있는 스마트그리드의 실체를 보여 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스마트그리드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전력산업에서 원전 수출이 가장 큰 화두라면 통신 산업에서는 스마트폰이 화두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산업이라 볼 수 있겠지만 스마트그리드가 실현되면 더 이상 두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닌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이야기로 바뀔 수도 있다. 거대한 원전에서 스마트폰에 이르는, 즉 전력인프라와 통신 인프라가 만나는 거대한 산업 간 융합이 지금 제주 실증단지에서 시작되고 있다.

김재섭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단장 bluekimjs@smartgri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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