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방송규제와 진흥정책 분리 가능한가

Photo Image

 과거 미디어 정책은 방송과 통신·콘텐츠와 네트워크-플랫폼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이뤄졌다. 하지만 미디어 융합으로 이러한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지난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설립된 것은 이러한 융합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 제정되었지만 아직도 그 위상과 기능이 불분명한 면이 있다.

 디지털 시대, 규제완화 시대 정책의 핵심은 시장경쟁 보호와 자원의 합리적 배분, 보편적 서비스 및 콘텐츠 다양성 보호에 있다. 공정경쟁 이슈는 모든 영역의 주요 정책과제다. 방송통신위는 방송과 통신이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가능한 정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방송 콘텐츠 진흥도 방송통신위의 핵심 정책의 하나라는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방송콘텐츠 진흥 정책은 문화부에서 담당하고 방송광고 관련 업무는 방송통신위에서 담당하는 식의 업무조정은 시대착오적이다.

 우선, 현행법에 부합되지 않는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8조에 따르면 방송통신콘텐츠에 관한 사항은 방송통신위의 기본 업무 영역이다. 실제로 현재 방송통신위에서 방송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콘텐츠 진흥기능이 문화부로 갈 경우 방송사업자들이 혼란에 빠질 우려도 있다.

 다음으로 미디어 영역의 규제와 진흥은 사실상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규제는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통해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방송통신위는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시장에서 공급되기 어려운 서비스나 국가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진흥 정책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방송 규제와 진흥기능을 동시에 갖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은 별반 근거가 없다. 대부분의 중앙행정기구는 규제와 진흥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끝으로 아이폰이나 스마트폰 ‘열풍’에서 드러나듯이 콘텐츠와 네트워크, 플렛폼의 구분에 근거한 정책은 더 이상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IT기술의 복합적 공진화로 인해 콘텐츠와 다른 요소를 분리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IT강국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한국의 정보통신산업이 최근 약화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나눠먹기식’ 정책의 결과일 수도 있다. 과거 케이블TV가 도입될 때도 정보통신부와 공보처의 갈등으로 중계유선과 종합유선방송이 공존하는 기형적 구조가 생성되었고, 이로 인한 케이블TV 시장의 왜곡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위원회로 통합되는 데 10년 이상 논란이 있었다. 이번 정책조정으로 방송콘텐츠 진흥기능이 문화부로 이관될 경우 방송통신위는 사실상 방송영역에 전반에 대한 관할권을 상실하게 된다. 강력한 권한을 갖는 대통령 직속 중앙행정기구로 출범한지 2년 만에 방송통신위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방송통신위는 지난해 미디어법 논란과 임박한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 신규 미디어렙 허가 등 민감한 국가적 이슈를 처리하느라 아직도 위상과 권한을 명확히 하지 못한 면이 있다. 출범 초기 정보통신진흥기금 관할권을 지식경제부에 넘겨주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방송콘텐츠 진흥기능이 문화부로 이관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명론’ 차원에서 이름을 통신위원회로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elcondor@skhu.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