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의 정쟁(政爭)이 모바일 인터넷 시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얘기다.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의 열쇠를 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문방위에 1년 넘게 계류됐지만 소속 의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게임법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게임법에 규정한 게임 사전 심의 조항이 모바일 인터넷의 핵심 서비스인 콘텐츠 오픈마켓을 반쪽 짜리로 만들기 때문이다. 사전 심의 조항으로 인해 한글 앱스토어엔 게임 카테고리가 빠졌다. 한글 안드로이드마켓은 폐쇄의 기로에 섰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법 개정안의 사전심의 예외 규정을 활용해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려 하지만 법이 통과돼야 가능하다.
지난달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게임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문방위 전체회의가 야당의 소집 요구로 열렸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 불참한 ‘반쪽’ 진행 끝에 40분 만에 산회됐다. 야당은 최근 논란이 된 ‘방송·종교 좌파 척결 논란’에 대해 집중 성토하며 문방위 개회 요구에 불응해온 한나라당을 강하게 질타했다. 문방위는 최근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큰집 조인트’ 파문과 안상수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 논란’ 등을 다루는 주무 상임위다. 사정이 이러하니 문방위의 게임법 개정안 통과는 ‘이미 물 건너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영방송 독립성이나 정교 분리 등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당연히 국회에서 논의해야 마땅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여야 간의 상황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사회적 파급력이 크며, 여야 간에 이견이 없는 법까지 뒤로 미뤄지는 관행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게임법 개정안은 디지털 시대의 민생법안이다. 100만명이 넘는 소비자가 비싼 돈 주고 스마트폰을 샀지만 오픈마켓의 파행 운영 때문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통신사업자도 노심초사 한다. 개발과 구매, 서비스와 이용이라는 모바일 인터넷 생태계의 선순환이 동맥경화를 일으키면 수백만명이 손해를 본다.
노파심에서 한 가지 문제를 더 짚고 넘어가겠다. 콘텐츠 오픈마켓이 게임 사전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면 애플이나 구글 등 외국 업체의 배만 불려준다는 주장이 있다. 한마디로 이는 디지털 쇄국주의의 망령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세계 최고 전자대국 일본은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제품을 내놓다가 한국에 추월당했다. 우리 역시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고도 우리만의 표준을 고집하다가 인터넷 2류 국가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아이폰 쇼크에서 알 수 있듯이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화두는 개방과 자유 경쟁이다.
콘텐츠 오픈마켓에 국경이 없다. 사전 심의가 불편한 국내 개발자는 외국 오픈마켓으로 눈을 돌린다. 이용자들도 더욱 쓸모 있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따라 외국 오픈마켓으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상인과 고객이 떠나면 시장은 존재가치가 없어진다. 북한 정권도 아니고 ‘우리 식대로 살자’는 구호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설득력이 없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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