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09년 국민계정(잠정)’에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년 연속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침체에 환율 상승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경제 성장률은 당초 발표됐던 속보치와 같은 0.2%였다.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다행이지만,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향후 성장의 바탕이 되는 저축률과 투자율이 크게 낮아져 성장 잠재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인당 국민소득 또 뒷걸음=지난해 연간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은 -11.0%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증가율(-11.1%)과 비슷한 수치다.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3.9%까지 떨어졌지만, 2001년(-5.9%)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매년 10%대의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1인당 국민소득은 보통 국민총소득(GNI)을 인구로 나눠 계산한다.
지난해 GNI는 원화를 기준으로 계산할 때와 달러화를 기준으로 계산할 때 증감이 엇갈렸다.
원화 기준 GNI는 1천69조원으로 2008년(1천34조원)보다 늘었다. 하지만, 달러화로 환산하면 1만7천175달러로 2008년(1만9천296달러)보다 오히려 11.0% 줄었다. 이는 2004년(1만5천82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원ㆍ달러 환율이 크게 요동쳤기 때문이다. 연평균 환율은 2008년 달러당 1,102.6원에서 지난해 1,276.4원으로 15.8% 상승했다.
GNI 규모의 상승률 또한 낮았다. 원화 기준으로 1인당 GNI 증가율은 3.3%로 간신히 마이너스를 모면했을 뿐, 1998년(-2.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 여파로 실물 경제가 크게 타격을 입은 데다 환율까지 치솟아 1인당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구매력 상승..정부 소비만 늘어=1인당 국민소득이 2년 연속 감소했지만,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은 1.5% 증가했다.
무엇보다 수입 가격이 크게 하락한 덕이었다. 지난해 수입상품 가격은 4.3% 싸져 수출상품 가격 감소폭(-1.7%)을 크게 웃돌았다. 무역에 따른 실질 손익을 계산하는 교역조건지수는 90.8(기준치 100)로 2008년(88.4)보다 좋아졌다.
국민이 쓸 수 있는 소득인 국민총처분가능소득도 1천68조원으로 3.3% 증가했다.
다만, 노동소득을 나타내는 피용자보수 증가율은 5.8%에서 3.3%로 줄어든 반면 기업의 영업잉여는 3.8%에서 5.9%로 증가해 노동소득분배율이 61.0%에서 60.6%로 다소 하락했다.
처분가능소득의 70%는 실제 소비지출에 쓰였는데, 민간 소비지출은 562조원에서 577조원으로 2.8%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정부 소비지출은 157조원에서 170조원으로 8.5%나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한 결과”라며 “민간 소비는 정부의 세제 지원 등으로 승용차 같은 일부 내구재 지출이 늘었지만 다른 품목은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했다”고 말했다.
◇성장률 0.2%..저축ㆍ투자 ‘뚝’=경제 성장률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0.2%로 잠정 계산됐다. 지난 1월 발표한 속보치(0.2%)와 동일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던 것과 견주면 0.2% 성장률은 일단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연간 성장률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2006년 5.2%에 달했던 성장률은 2007년 5.1%에서 2008년 2.2%로 주저앉더니 아예 ‘제로 성장’에 가까운 수치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가격으로 따진 명목 GDP는 1천27조원에서 1천63조원으로 36조원 늘었지만 물가 등을 감안하면 별로 생산이 늘지 못한 셈이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향후 성장 동력의 원천이 되는 저축과 투자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총 저축률은 30.0%로 2008년보다 0.5%포인트 하락하면서 1983년(28.9%) 이후 27년만에 가장 낮았다. 총 투자율도 5.2%포인트 떨어진 25.8%를 기록해 1998년(25.2% )이후 11년만에 최저치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현재와 미래의 성장력을 나타내는 투자율과 저축률이 크게 하락한 것은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이 앞으로 크게 떨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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