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탐구생활] 오락가락 건망증이 심한 상사

 노트북 전원선 두고 나오고 차 안에 키 두고 내린다. 명함케이스 찾으러 갔다가 외장하드 두고 오고 가스 밸브 잠그러 갔다가 지갑을 놓고 온다. 나이 들면 다 그렇게 찌질해지는 건지 건망증이 도를 넘는다. 건망증이 심한 상사는 개인 차원에서 분실물이 많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공수표를 남발한다. 과도한 약속과 이룰 수 없는 공약으로 말만 앞세운다. 혹시나 해서 의중을 떠보면 기억이 나지 않는 건지 일부러 기억을 지운 건지 너무도 천하태평하게 다 잊어버렸다. 상사의 머리 속엔 지우개가 있나 보다.

나는 하나만 기억하면 되지만 상사는 열 개를 기억해야 한다. 나는 내 일만 기억하면 되지만 상사는 거느리는 직원의 수만큼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다. 세월이 기억력을 뺏아가기도 하지만 업무범위가 기억력을 앗아가기도 한다. 건망증을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속조치를 탓하자. 상사가 약속한 것을 지키도록 잊기 전에 체크하자. 실험한 바에 따르면 안전운전을 위한 공공간판을 설치하는 캠페인에 동참해 줄 것을 부탁했을 때는 시민의 17%만이 참여를 했다. 반면에 부담 없이 자동차 스티커 부착에 동참했던 시민 중에는 자그마치 76%가 공공간판 설치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한다. 작은 일에 참여하면 큰일에도 참여가 쉬워진다. 머리가 들어가면 몸도 들어간다. 상사가 약속한 것을 잊기 전에 작은 실천을 유도하자. "어제 말씀하신 것은 지금 알아보고 있습니다. 내일 오전에 약속하신 회의를 하실 날입니다" 등 짧게 반복하고 수시로 확인하자. 화장실에서 만났을 때 진척사항을 보고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확인날짜를 보고한다. 자꾸 눈에 보여야 눈에 익듯이 자꾸 되뇌어야 잊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상사가 작은 약속이라도 실천한 것이 있다면 만방에 알려서 상사를 으쓱하게 하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상사도 움직이게 한다. 작은 약속을 엄수하는 상사는 큰 약속도 지키고 싶어진다. 작은 것부터 지키도록 챙기고 감사하고 소문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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