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표준 모르는 `e러닝 세계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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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서비스 업체인 L사는 지난 2008년 여름 240억원짜리 사우디아라비아 교육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가 낭패를 봤다. 현지 협력업체 담당업무가 갑자기 8개월 간 공석으로 남게 되면서 미수금 지급이 1년 가까이 지연됐다. 국왕과 친족 관계 등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의 복잡하게 얽힌 사업구조 때문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나마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버틴 것이지 중소기업이 똑같은 경우를 당했다면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e러닝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현지 사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세계 표준 적용 미흡, 콘텐츠 공유 등이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로 부각됐다. 지난 4∼5년간 정부가 대한민국 e러닝에 대한 국제 이미지 제고 사업을 활발히 추진했지만 이제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른 IT상품과 달리 e러닝 솔루션이나 서비스는 ‘교육’이라는 특성상 수출 대상국의 IT인프라와 문화·정치구조·국민성까지 파악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지만 개별 기업들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지식경제부가 e러닝 기업을 상대로 해외 진출시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60% 이상이 해외시장 정보부족과 판로 개척 어려움, 해외 마케팅 전문인력 부족 등을 꼽았다.

 사우디 진출을 타진 중인 디유넷의 차남주 부사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사우디 현지 협력업체로부터 ‘선택’을 받아야만 하는 구조 속에서 수출을 위해 수년간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국제 표준 적용도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세계적인 e러닝 표준 트렌드를 주도하는 국제 표준개발 컨소시엄인 ‘IMS GLC’의 한국 사무소인 ‘IMS코리아’에 가입한 13개 대기업 및 대학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만 매몰돼 국제 표준에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조용상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국제협력표준화팀장은 “직무 교육 e러닝 기업의 매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노동부의 고용보험 환급 정책 자체가 국제 표준 흐름과 상관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등이 해외 e러닝 기관과의 교류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지만 국제 표준 컨소시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선진국에서 활성화된 교육자원공개(OER)의 본격적 활용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 KERIS 원장인 황대준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e러닝 수출이 결실을 맺으려면 현지 속사정에 대한 면밀한 파악과 국제 표준 준수, 콘텐츠 공유 노력 등 삼박자가 우선 해결돼야 할 것”이라며 “솔루션과 콘텐츠 단품이 아닌 ‘플랜트 사업’으로 생각해야 본격적인 수출 산업화가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김유경·황태호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