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하면 뽀뽀하자고 덤비고, 주말이면 등산 가자고 꼬신다. 말이 상사지 와이프보다 더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해대니 함께 밥 먹어주는 사람도 없고 가정마저 포기했는지 집에서도 전화가 안 온다. 맨 처음엔 상사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되어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이젠 지루하고 지겹다. 격의없는 자리여도 상사는 상사라서 불편하고 어렵다. 나이가 들고 위로 올라갈수록 눈치가 없어지고 노여움만 많아져서 안 놀아주면 삐지고 편하게 대하면 노한다.
깜깜한 밤 국도를 운전할 때, 앞에 차가 없으면 운전이 더 피곤하다. 등산 할 때도 맨 앞이 힘들듯, 맨 앞은 고독하고 고단하다. 헛발을 디디면 얼굴 화끈거리고 길을 잘못 들면 뒤에서 궁시렁댄다. 엉덩이 보고 가다가 바라볼 엉덩이가 없어진 거고 깃발 보고 가다가 스스로 깃발이 된 것이다. 상사는 외롭다. 직원일 때는 동료끼리 같은 입장이라 공감도 잘 되고 내 편도 많은데 상사가 되고 나면 회사입장과 직원 입장을 중재해야 하는 애매한 입지라 내 편도 없고 날 이해해 주는 사람도 별로 없다. 상사에 대해서는 챙겨줘야 할 대상이라 여기기 보다 존경해야 할 대상이라 여기고 기대치만 높아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존경하지도 않는다. 존경 받아야 할 대상이긴 하지만 존경 받을 만한지 심사 당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다 존경의 조건에 조금만 위배되면 가차없이 비판적이다. 동료가 실수하거나 후배가 못한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 상사는 업무적으로도 고단하고 인간적으로도 고독하다. 그 입장을 한번 더 감안하여 너그럽고 넓어지자. 반대로 상사가 술 마시자고도 안하고 내 존재도 잘 모르고 나에게 개인적 시간도 할애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편치는 않을 것이다. "나이 먹어서 대책 없는 주책이야"라고 손가락질 하지 말고, "나이 먹고도 열정이 대단하셔"라고 박수치자. 중년의 고독, 머지않아 내게도 온다. 인생 짧고 시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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