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원조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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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조의 덫-빈곤 퇴치에 관한 불편한 진실들

 브란젤리나(앤절리나 졸리-브래드 피트) 커플의 선행은 언제나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이 부부는 지난 2009년 한 해에만 680만달러(약 76억7000만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올해 들어 대지진 사태로 폐허가 된 아이티에 100만달러(약 11억2800만원)의 구호자금을 냈고,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학교 건립에도 큰돈을 선뜻 내놓았다. 아예 자신들이 설립한 자선기구인 ‘졸리-피트 재단’을 통해 본격적으로 기부 활동에 뛰어들었다. 기부뿐 아니라 제3세계 국가에서 3명의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면서 몸소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게이츠재단을 이끌고 있는 빌 게이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록스타 보노 등도 통 크게 사회를 돕는 ‘기부 천사’로 통한다.

 하지만 이들의 기부 활동이 가난한 나라나 이웃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빈곤의 악순환을 고착화시키는 행동이라면? 이 책은 명사들의 후원이 ‘원조의 덫’에 걸려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부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산업 발전을 통해서였지만, 정작 빈곤국을 위해서는 그저 단순 구호 활동만 펼치고 있다.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자유 경제를 통한 민간 산업 육성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직 산업 육성만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고 집단이 번영할 수 있는 길이란 것이다. 경영과 금융 두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로 꼽히는 저자들은 원조금의 상당 부분을 빈곤국의 민간 기업들에게 지원해주면 빈곤국이 스스로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해외 원조 단체가 무료로 우물을 파주면 현지의 우물 파는 업체들은 경쟁을 할 수 없어지고 발전을 꾀할 수도 없다. 대신 현지 기업에 투자를 한다면 지속적인 발전 체제가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들은 돈을 불리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발전에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진리다. 우리나라가 피원조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회원국이 된 지금, 되새김질해볼 만한 내용이다. 안치용·이은애·민준기·신지혜 외 지음. 부키 펴냄. 1만4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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