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판되고 있는 일상생활용 나노제품 167개 가운데 인체와 환경에 위해를 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제품이 무려 88개(52.7%)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16일 공개됐다.
이는 서울시립대 철학과 이중원 교수와 서울대 기초교육원 김훈기 교수가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센터장 이공주복 이화여대 교수)를 통해 모니터링 요원 22명을 선발, 지난 1월12일∼2월17일 웹서핑과 상가방문 등으로 제품의 이름과 설명서, 광고문구 등을 조사한 결과에서 나왔다.
최근 국내에서 나노(nano, 10억분의 1을 의미)라는 용어를 제품의 이름이나 설명서 또는 광고문구에 표시한 경우는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정확한 통계는 아직 조사된 바가 없다. 모니터링 요원들은 화장품, 가전제품, 건축재 등 국내에서 일상 생활용품으로 흔하게 시판되고 있는 167개의 나노제품을 조사대상으로 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나노제품 가운데 ’나노’의 개념 정의와 제품에 포함된 나노물질의 크기가 모두 잘 설명돼 있는 경우는 2개(1.2%)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나노의 개념 정의와 나노물질의 크기가 모두 명시되지 않은 제품은 136개(81.4%)에 달했다. 제품에 적용된 나노기술에 대해 모니터링 요원들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경우는 15개(9.0%) 뿐이었고,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경우는 139개(83.2%)에 달했다. 또한 이 가운데 설명이 아예 없는 제품은 36개(21.6%)였으며, ’제품에 적용했다’는 언급만 있고 설명이 없는 경우는 38개(22.7%)였다. 나머지 65개(38.9%) 제품은 설명이 나와 있다 해도 구체적이지 않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였다.
기존 유사제품에 비해 기능이 더욱 향상됐다고 표현한 나노제품의 수는 140개(83.8%)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모니터링 요원들이 볼 때 기능 향상의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불명확한 경우는 126개(75.4%)에 달했고 명확한 경우는 14개(8.4%)에 불과했다. 특히 전체 나노제품 가운데 인체와 환경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표시한 경우는 한 건 외에는 없었다. 이 한 건도 자사 제품이 아닌 일반 나노제품의 위해 가능성을 언급한 경우다. 이에 비해 모니터링 요원들이 인체에 위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제품은 76개(45.5%)였다.
제품별로는 화장품(27개), 장난감(15개), 가전제품(10개), 건축재(10개), 섬유(4개), 식품(3개), 세제(3개), 운동기구(1개), 기타(3개) 등으로 구분된다. 화장품의 예를 들면, 특정 성분을 나노크기로 줄이거나 나노캡슐에 담아 피부 속 깊숙이 침투시킨다는 말이 나오는데, 피부 속 깊이 침투하다보면 피부세포 외에 다른 세포들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환경에 위해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제품은 6개(가전제품(2개), 세제(2개), 기타(2개))였으며, 인체와 환경에 동시에 위해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제품은 6개(가전제품(2개), 섬유(2개), 기타(2개))였다.
예를 들어 섬유제품에 은나노입자가 포함돼 있다고 하는데, 피부에 직접 닿을 뿐 아니라 세탁할 경우 환경에 방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인체와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김훈기 교수는 “안전성이 입증됐다거나 관련 인증을 획득했다고 제품에 표시된 경우도 42개(25.1%) 있었지만 이 중에서 모니터링 요원들이 충분한 설명이 제시됐다고 판단한 수는 9개(5.4%)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번 모니터링 결과는 이날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에서 열린 나노기술의 안전한 사용 시스템 구축방안 워크숍에서 발표됐다.
발표를 맡은 주부 신지원 씨는 “한 가정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이자 소비자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모니터링에 참여했다”면서 “조사자들을 소감을 취합한 결과 대부분이 나노제품에 대해 우려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발표에서 기업에 대해 △제품설명서를 자세하고 쉽게 제작 △인증서의 내용을 정확하게 표기 △위험과 독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실시 △소비자 상담실 직원에 대한 충분한 교육 등을 주문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나노제품 여부 표기 의무화, △나노물질 안전성 인증마크제의 조속한 도입, △나노물질 크기와 경고문구 같은 제품별 의무설명 사항 규정 등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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