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일본의 전자문서 전문 업체 모임인 ECOM의 미치히로 기무라 조사관은 한국과 전자서명 관련 협의를 위해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인 한국정보인증을 찾았다. 같은 날 오후 일본 5대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NEC 관계자도 같은 회사를 방문했다. 한국을 연구하라는 특명을 받은 이 관계자는 2시간 가량 회사에 머물며 한국의 전자서명과 전자정부 시스템에 대해 세세히 물었다.
한국의 앞선 SW를 배우려는 ‘일본 SW사절단’의 방한이 줄을 잇고 있다. 재계, 관계 등 여기저기서 한국 SW산업 벤치마킹 열풍이 거세다.
◇일본 SW사절단 ‘러시’=이달 초 일본 경제산업성 산업재생과 일행이 한국을 찾아 정부·대학·기업 관계자를 만났다. 산업재생과는 자국 내 유치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부서로 당시 모임의 주요 의제는 IT 관련 한·일협력과제 발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중 SW가 중점 논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말에는 동경증권거래소 이사장이 일본 증시에 한국 SW기업을 상장시키기 위해 방한한다. 동경증권거래소는 한국 정부 관계자와의 모임과 별도로 국내 주요 SW기업 대표와 회동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NEC도 지난 3일 비공식적으로 국내 주요 SW기업을 방문했다. 이유는 일본 NEC가 일본 총무성으로부터 자국 공인인증 활성화 대책을 수립하라는 연구과제를 수주했기 때문으로 한국의 공인인증서 등 전자서명 체계와 최근 UN평가 세계 1위를 기록한 전자정부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한한 것이다.
이는 나이토 마사미츠 총무성 차관이 방한해 서울 구로구의 전자정부를 눈으로 확인한 후 1주일 간의 시차를 두고 단행된 것이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일본 총무성 장관을 초청해 전자정부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까지 추진 중이다.
김인식 한국정보인증 사장은 “일본은 한·일문화가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일본과 달리 한국에 서명(署名)문화가 활성화됐고, 이를 IT와 결합한 전자서명으로 전자정부를 구현했다는 점에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코리아 브랜드·가격 경쟁력 동시 만족=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IT가 세계적으로 검증받았다는 인식이 일본 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한몫했다.
최종원 LG히다찌 사장은 “일본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 중으로 국내 국제회계기준(IFRS)과 유통·물류 등 여러 산업군과 융합하고 있는 정보화시스템의 일본 수출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로 진출한 일본 기업의 경우 한국 SW를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산 SW가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이 높은 것도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들 방한 모임에 참석했던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장기 침체로 기업 운영 비용이 높아 SW를 자체개발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의 패키지SW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많다”며 “한국 SW는 글로벌 기업의 제품보다 가격은 저렴한 반면에 인도와 중국 패키지 SW보다 품질수준과 신뢰성이 높아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이 1일 생활권으로 묶여 즉각적으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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