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CIO 10명 중 3명 비IT 전문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4년제 대학 CIO 전공 조사

국내 4년제 대학 최고정보책임자(CIO) 임명이 단기 순환보직형태로 이뤄져 일관성있는 대학정보화 추진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전국 177개 4년제 대학 중 한국대학정보화협의회(회장 권영빈) 회원교 151개 대학의 정보화부처장 전공을 분석한 결과, 29%에 달하는 43개 대학이 정보통신과 무관한 전공 교수를 CIO로 두고 있었다. 이들 대학에는 지구환경과학·사회복지학·화학·신학 등 문·이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정보화부처 책임자로 포진해 있다.

문제는 이러한 CIO의 전공 다양성이 업무의 필요성에 따라서가 아니라 CIO 선임이 일반적인 단기 순환보직 형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대학이 총장 임기와 유사한 2∼3년 임기의 순환보직으로 정보화부처장을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IT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가리지 않고 임용된다.

순환보직의 임기 내에 비IT 전공자들은 긴 안목의 정보화사업 추진은 커녕, 대학 정보화 관련 업무를 파악하기만도 벅차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정보화 실무자는 “비전공자의 경우, 짧은 임기 내 정보화사업을 이해하고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며 “사실 IT 분야를 전공한 교수라 해도 대부분 ‘이론 전문가’이기 때문에 2∼3년 내 실무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해서 IT 실무자를 대학 정보화부처장에 앉히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대학 조직의 특성상 교수라는 직함이 있어야 다른 교수들에게 관련 데이터를 얻어내거나 사업 필요성을 설득하는 등 목소리를 내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교직원 출신 CIO를 둔 대학은 단 1곳(경성대학교)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 정보화 관계자는 “정보화부처 입장에서 연구실의 개별 컴퓨터 관리가 어려운 것도 교수들의 권위 때문”이라며 “그나마 같은 교수라야 정보화 업무에 대해 설득하는 것이 더 쉽고, SW 사이트라이선스 협상 등 대외적 활동에 있어서도 교수 직함이 가지는 힘을 무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권영빈 한국대학정보화협의회 회장(중앙대 교수)은 “정보화부처는 다른 부처에 비해 더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 측에서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CIO의 임기와 예산 문제 등에 더 신경써야 할 것”이라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