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슈퍼컴퓨터 설자리 잃는다

비용 문제로 신규 도입 중단

국내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중앙전산실 차원의 슈퍼컴퓨터를 운영 중인 서울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신규 슈퍼컴사업을 중단했다. 학과 단위로 소규모 슈퍼컴을 운영하는 다른 대학도 구축·유지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3일 각 대학에 따르면 서울대 중앙전산원은 관련 예산이 없어 올해로 예정됐던 슈퍼컴 4호기 도입 사업에 착수하지 못했다. 서울대는 지난 1995년 학교 차원에서 1호기 슈퍼컴을 구축한 이래 매 5년마다 신규 시스템을 도입, 올해 4호기 도입을 앞두고 있었다.

서울대는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은 내년부터라도 4호기 사업 착수를 검토 중이지만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확실한 방침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사정은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학교 차원의 지원이 없다 보니 각 교수별로 연구과제비용을 전용해 소규모 클러스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지난해 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구 슈퍼컴 시스템을 7개 대학에 무상 기증하면서 인프라 개선이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구 시스템이어서 유지보수가 중요하지만 비용 문제로 서버업체와 정식 유지보수 계약을 맺는 대학은 드물다. A대학 교수는 “학생들이 ‘공부 삼아’ 직접 유지보수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고, B대학 교수는 “고장나면 폐기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모든 대학에 대규모 슈퍼컴 구축 비용을 지원하기 어려운 만큼 거점별 슈퍼컴센터를 늘리거나 흩어진 학내 클러스터링 시스템을 연동하는 것을 대안으로 꼽았다.

오재호 한국슈퍼컴퓨팅센터협의회장은 “예산을 ‘1/n’로 나눠 써야 한다는 논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대학의 슈퍼컴 인프라는 위축되고 있다”며 “대학별 예산 지원이 힘들다면 대학 연구진이 자유롭게 접속해 사용할 수 있는 거점센터라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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