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잃어버린 IT 강국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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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 leephd@lgtel.co.kr

 

 ‘우리나라 사람들은 냄비근성이 있다’고들 얘기한다. 그다지 좋은 말 같이 들리지는 않아도 사실 그런 근성이 사천만 온 국민을 순식간에 하나로 묶어 불가능할 것 같아 보였던 일들을 한순간에 뚝딱 해치우게 하는 동력이 되곤 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라며 시작한 새마을 운동은 부국으로 가는 분기점이 되었고, 미증유의 IMF 위기는 온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으로 빠른 위기 탈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냄비근성’이 만든 위대한 신화는 바로 ‘IT 강국 건설’일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IT의 국민적 열풍은 10년 내에 우리나라를 세계에 우뚝 서는 IT 강국으로 만들어 우리 국가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 관심이 적어진 지 6∼7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짧은 순간이나마 누렸던 ‘세계 속의 IT 강국’은 사라졌고, 아이폰에 온 국민이 충격을 받은 듯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분명 아이폰에 보기 좋게 한 번 당했다. 그 비범한 소프트웨어 기술에, 패러다임을 바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그리고 사용자의 생각을 넘어서 미래의 욕구까지 그려낸 애플에 온 국민이 넋이 나간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우리가 지난 6∼7년을 무엇을 하고 지냈나 뒤돌아 볼 일이다. 혹시 통신 사업자들이나 언론이 통계 숫자에만 집착해서 우열반의 줄 세우기를 하지 않았는지, 제조업체들은 매출액 늘이기에만 집착해서 잘 팔리는 외형 디자인에만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우리는 IT 강국이니 잘할 것이라는 환상 속에 지나치게 관대하지는 않았는지, 벤처업체들이 획기적인 기술보다는 작은 기술들에만 집착하지는 않았는지 냉철한 눈으로 뒤돌아 볼 때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도 10년 전 비즈니스 행태를 계속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한 번 돌아볼 일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애플이나 구글이 탄생할 수 있는 최고의 토양을 갖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시도보다는 1%의 성장과 이익을 지키기에 급급해 세계 속의 IT 강국을 포기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콘텐츠-서비스-네트워크-고객을 하나의 고정된 라인으로 갖고 있던 통신사업자들은 이제 그 고리가 빠르게 무너져내리고 있음을 읽고 있을 것이다. 차츰 고객들은 네트워크에 상관없이 자기가 원하는 서비스를 메뉴에서 골라, 갖고 있는 휴대폰에 마음대로 넣어 쓰려 하고 있다. 고래 심줄처럼 단단했던 10년이 넘은 고리가 깨지며 그 사이로 외국 업체들이 머리를 디밀고 고객을 직접 상대하며 기존 사업자들의 매출을 앗아가고 있다. 진정 위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 고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고리를 형성하는 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번 하버드대학의 저명 학자 크리스텐슨 교수가 한국에 내방했을 때 그는“한국은 애플을 1년 내에 따라 잡을 것”이라며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 한때 IT 왕국이었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라는 말을 남겼다.

 무한한 잠재력은 오히려 기득권을 버리는 데서 탄생한다. 탈 통신 하는 것이 ‘죽어야 사는’ 자연 생태계에 부합하는 새로운 생명줄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통신 서비스를 넘어 가치 제공 서비스로 IT의 블루오션을 새로 창출하면서, 나아가 우리의 잃어버린 IT 강국을 찾아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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