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문서 인사이트] AI 시대, '읽히는 문서'를 넘어 '학습되는 자산'으로: 범국가적 통합 문서 작성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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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상 숭실대 교수

인류가 사용한 기록의 산물인 문서는 해당 시대의 기술수준 또는 한계를 나타내는 지표이자 중요 정보 매체라고 볼 수 있다. 수천년 전 동굴 벽화에서부터 우리는 뭔가를 표현함으로써 기록했고, 종이의 발명 이후에는 인류의 경험과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을 경험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타자기, PC 워드프로세서를 거쳐 이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문서를 만들어 주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AI 시대 행정문서 작성 가이드라인(2026.03)'과 서울시의 'AI 리더블 행정문서 가이드라인(2026.01)'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표와 특수기호 등 인간의 눈에만 최적화된 HWP 전용 기능 중심의 작성을 지양하고, AI가 이해할 수 있는 '기계 판독형(Machine-Readable)' 데이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는 공공 행정의 디지털 대전환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범위'와 '확산'이다. HWP는 단순히 공공 부문의 전유물이 아니다. 법조계, 언론·방송사, 비영리단체와 교육계 등, 우리 사회의 다수의 영역에서 여전히 HWP를 사용하고 있다. 만약 공공 부문만 '똑똑한 문서'를 만들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과거의 파편화된 문서 작성 관행을 유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 격차가 심화될 것이다.

AI가 법률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 판결문을 읽고, 사회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정부 보도자료와 기사를 통합해 학습해야 할 때, 각각의 문서 구조가 다르다면 데이터 정제에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이는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의 고도화를 늦추고 기술 경쟁력을 갉아먹는 낭비요소가 될 수 있다.

둘째, 민간 영역의 AI 전환(AX) 양극화가 우려된다.

정부부처나 지자체와 달리 중소 언론사나 비영리단체는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적용할 여력이 부족하다.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통합 표준이 없다면, 이들은 AI 시대의 흐름에서 소외돼 지식 생산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셋째, 결론적으로 한국의 문서작성관행을 개선할 표준화가 중요하다. HWP가 글로벌 표준 사이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만의 독특한 문서 문화와 행정체계에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이제 그 최적화를 '인간의 가독성'에서 'AI의 활용성'으로 확장해야 한다. 분야별로 파편화된 가이드라인이 아닌, 범국가적 차원의 통합 문서 작성 표준을 확립할 때, HWP 역시 존재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한국형 문서 작성 통합 가이드라인을 위해 민·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공공의 가이드라인을 민간으로 확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는 문서 작성과 데이터 활용에 대한 요구사항을 수렴하여 공통요소를 표준형식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AI는 정보를 선택적 기반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공공문서만 똑똑해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대한민국이 생산하는 모든 문서가 거대한 AI의 혈류로 흐를 수 있도록, 이제는 부처와 업역의 칸막이를 허물고 '표준화된 문서 작성법'을 선포해야 할 때다. 그것이 AI 3대 강국으로 가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문영상 숭실대 교수 ysmoo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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