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취재수첩 - 가상화가 정확히 뭐예요?

‘우리 회사엔 언제쯤 데스크톱 가상화를 적용해야 할까, 애플리케이션 가상화를 할까, 아님 서버기반컴퓨팅(SBC)이 더 나을까.’

 IT 트렌드에 관심있는 기업 IT담당자라면 한번쯤 데스크톱 가상화에 대해 고민해봤을 것이다. 연일 대기업의 데스크톱 가상화 소식이 IT 뉴스 사이트에 오르내리는데 보수적인 대기업이 움직일 정도면 뭔가 분명히 있지 않을까. 하지만 데스크톱 가상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먼저다.

 최근 가상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상화라고 하면 서버, 스토리지 등 데이터센터의 시스템 자원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제 서버 가상화, 스토리지 가상화는 적용하는 게 당연해졌다. 또 클라이언트 업무 환경의 가상화는 그 개념을 이해시키느라 바빴는데 기업들은 이제 임직원들의 PC 환경에 가상화를 적용해 보안과 업무 환경을 혁신하는 방법을 진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임직원 PC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가상화 기술을 지칭하는 용어는 데스크톱 가상화,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프리젠테이션 가상화, 클라이언트 가상화, SBC, 신 클라이언트 등 다양하다. 혼란스러운 용어만큼 구현 방식도 제각각인데 사용자들에게 정확히 이해되진 않는다. 데스크톱의 업무 애플리케이션이나 데스크톱 운영체계(OS)의 구동에 PC 자원을 덜 사용하고 중앙 서버에서 제어한다는 공통된 뜻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최근 SBC 환경을 도입했다고 발표한 기업에서도 관련 소개 자료에서 데스크톱 가상화,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SBC가 혼용돼 있다. 물론 각각의 가상화 기술들을 조금씩 적용해 결합된 모양으로 구축했을 수도 있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듯하다.

가상화 솔루션 제공업체들도 제시하는 기준과 적용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솔루션 벤더가 자사 데스크톱 가상화 고객이라고 소개하는 기업에 데스크톱 가상화를 물어보면 애플리케이션 가상화에 가깝지 않냐고 되묻는다. 공급업체와 사용자의 시각차가 크다. 가상화 적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려는 기업들로서도 지금과 같은 개념의 홍수는 부담스럽다.

한 보험사의 IT담당자는 “데스크톱 가상화를 적용할 의향도 있지만 정확하게 어떤 것부터 알아봐야 할지 막막하고 업체마다 설명이 달라서 개념 차이를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이 등장했을 때와 엇비슷한 상황이다. 그리드 컴퓨팅, 온디맨드 컴퓨팅, 유틸리티 컴퓨팅, 네트워크 컴퓨팅 등과의 혼선으로 솔루션 공급 업체 뿐 아니라 사용자들도 명확하게 정의내리는 데 애를 먹었다. 많은 전문기관과 시장분석업체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개념이 자리 잡혀가고 있지만 데스크톱 가상화는 아직도 개념의 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기업을 잠시 현혹시킬 수 있을 수는 있지만 사용자가 장밋빛 청사진과 다른 실상에 실망하면서 시장 성장은 오히려 더 멀어진다.

데스크톱 가상화 기술들은 이제 막 시장 검증을 거치고 있는 단계다. 기대하는 수준만큼 성과를 보여줄지 미지수지만 정확한 개념 정의를 내리지 않고 핵심을 간과한 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성과는 결코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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