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3D 투 홈’ 이제 각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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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 영화 ‘아바타’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다. 개봉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주요 영화관 예매율 수위를 달린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아바타를 본 관객이 1260만명에 달했다. 역대 흥행 순위 2위다. 이 추세라면 금주 내에 흥행 1위였던 ‘괴물’ 130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세상 사람을 아바타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으로 나눈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이 됐다. 아바타를 기점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는 과분한 찬사까지 나왔다. 좀 과장해서 아바타는 확실히 2D와 3D 영상시대를 가르는 분수령이었다.

 덩달아 정부와 산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3D가 블루오션 테마로 떠오르면서 경쟁력을 키우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방통위·문화부·지경부 등 주요 부처는 앞다퉈 3D 지원 정책을 준비 중이다.

 갑자기 불어닥친 3D 열풍으로 산업계까지 들썩인다. 분위기만 봐서는 당장 수년 내에 3D로 아바타 흥행 성공과 같은 ‘대박’을 건져 올릴 태세다. 그러나 3D는 아직 호기심 수준이다. 시장에 자극을 주었지만 산업으로 부르기는 이르다. 아바타가 새로운 부를 만들었다지만 따지고 보면 ‘흥행의 마술사’로 불리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배급사인 20세기 폭스만 ‘돈방석’에 올라앉았을 뿐이다. 한 마디로 3D는 일시적인 문화코드 수준이다. 산업 코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3D 열기를 산업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주체는 역시 시장이다. 시장은 수 많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을 때 만들어진다. 영화만으론 한계가 있다. 결국 극장에서 시작한 3D 붐을 ‘안방(3D to Home)’으로 얼마나 빨리 옮기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공급자, 즉 기업에 돈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수요자엔 돈을 낼 합당한 가치를 줘야 한다.

 불행히도 지금 시점에선 어느 누구도 손익 계산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당장 세계 첫 지상파 3D 실험방송을 앞뒀지만 방송사는 3D방송의 효용 가치를 확신하지 못한다. TV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주도권 차원에서 제품 출시를 앞당겼지만 즐길만한 3D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해 시장 형성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 콘텐츠 업체도 딜레마에 빠졌다. 3D산업 핵심이 콘텐츠라는 인식이 확산한 점은 인정하지만 제작 인력과 기술 등 모든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당장 볼만한 콘텐츠를 내놓기가 물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3D 거품론’을 제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산업과 시장을 위해 약간의 거품은 필요하다. 그러나 확실한 수익모델이 없으면 불과 몇 년 후에 3D는 ‘진짜’ 거품으로 꺼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시장을 위해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콘텐츠·서비스·장비를 아우르는 산업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산업계도 어떻게 고객에 효용 가치를 주고 수익을 올릴 지 차분히 주판알을 튕겨 봐야 한다. 3D 활성화를 위한 당위적인 총론은 이제 충분하다. 지금부터 각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병준 생활가전팀장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