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대한통운은 분산된 하드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의 통합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전사 시스템 통합을 위한 로드맵을 세웠다. 특히 2년 연속 업계 1위를 달성하는 등 택배사업이 연 평균 30% 수준의 고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타 사업부문에 비해 택배사업용 서버 용량이 크게 부족해졌고 이는 하드웨어 통합의 가장 큰 동기로 작용했다. 당시 택배 부문을 위한 신규 서버 구입을 고민하던 임희택 대한통운 물류연구팀장은 서버의 노후화로 인한 성능개선과 비용절감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화 기술에 기반한 전 사업부문의 하드웨어 통합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임 팀장은 “분편화된 서버들의 활용률이 매우 낮은 데다 시스템 노후화로 장애가 빈번해 시스템 재설계가 절실했다”며 “면밀한 검토와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성능 개선과 비용절감 효과를 확신하고 가상화 기반 통합작업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택배 서버가 다운되면서 서버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그해 3월부터 약 5개월간의 사전 검토, 업체 선정 과정을 거쳐 지난해 8월 하드웨어 통합 작업에 공식 착수했다.
우선 5개년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진행될 애플리케이션 통합 작업과 사업 규모 성장을 고려해 밑그림을 그렸다. 특히 수 많은 고객과 연계돼 있는 물류 시스템 특성상 서버 이전(마이그레이션) 작업으로 시스템이 중단되거나 정보 흐름이 막히면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임 팀장은 “초창기에는 통합 작업으로 인해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택배물류는 고도의 안정성이 요구되는 업종이어서 금융권의 동종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다.
대한통운은 약 2개월간 서버 통합 작업을 진행한 후 안정화를 위해 2개월간 기존 서버와 병행 가동을 하며 스트레스 테스트도 진행했다. 이 작업으로 41대의 유닉스 서버, 43대의 리눅스 서버, 7대의 스토리지를 각각 6대, 13대, 2대로 통합했다. △11코어와 메모리 40GB의 택배 파티션 △5코어와 메모리 32GB의 물류 파티션 △4코어와 메모리 24GB의 개발 파티션으로 구성하고 IBM의 마이크로파티션 기술을 사용해 중앙처리장치(CPU)의 코어 1개를 100분의 1 단위로까지 분할했다. 택배 서버 사용률 증가에 따라 응답 속도가 지연되면 바로 CPU와 메모리 용량을 재할당할 수 있다. 스토리지는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라 구분하되 소형 스토리지들을 중대형 스토리지로 통합했다.
대한통운은 가상화 기반 서버 통합 후 약 2.4배의 시스템 속도 개선, 약 2.5배의 초당 처리건수 증가 등 전체적으로 약 3배 이상의 성능 개선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90%를 상회하던 CPU 사용률은 30% 수준으로 낮아졌다. 또 30개의 랙을 채우던 하드웨어 배치 공간은 7개의 랙이면 충분해져 상면 공간도 크게 줄었다. 임 팀장은 “추가로 구입하려고 했던 서버 비용을 상쇄하고도 유지보수료만 약 80%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통합작업은 향후 사세 확장과 애플리케이션 통합 작업을 대비해 현재 수준보다 3∼4배 규모의 시스템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향후 5년간 70% 성장을 목표에 두고 충분한 IT 인프라를 선행 마련한 것”이라며 “2014년까지 전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통운은 올 1월부터 개발에 착수한 차세대 통합 택배 시스템 등 연이어 계획하고 있는 사업부문별 통합 시스템과 주문, 정산 등 기능별 통합 로드맵에 따라 앞으로 5년간 57개 전사 애플리케이션 통합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분산돼 있던 시스템의 데이터를 한 눈에 보고 의사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중복되는 핵심 기능은 통합해 업무별로 표준화된 관리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통합 프레임워크를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은 이 통합작업이 완료되면 신속한 물류 업무 처리와 수많은 화주별 시스템과의 원활한 연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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