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서] <1부-5>B2B에서 길을 찾다-물류·유통·교통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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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의점

배가 고파 편의점에 들른 A군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샀다.

편의점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간편하게 점심을 해결하기 위한 A군의 삼각김밥 구매는 계산대에서 값을 지급하는 것과 동시에 편의점의 물품 현황에 등록된다. 이렇게 등록된 정보는 실시간으로 본사와 연동된다.

언제 만들어진 제품이 언제 판매됐는지는 물론이고 향후 추가 공급이 필요한 시점까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로써 본사는 물론이고 수천개 가맹점의 삼각김밥 물품 현황까지 한눈에 파악한다.

문제가 생긴 제품은 즉각적인 판매금지 조치가 가능하다.

바코드에 시간 정보를 입력, 판매시점이 지난 제품은 자동적으로 계산 시 경고 메시지를 띄워 문제 발생 소지를 차단한다. 또 본사에서 모든 점포를 실시간 관리함으로써 유해 상품 판매도 원천 봉쇄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서 유해상품을 파악, 본사에 등록하면 모든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판매불가 메시지를 띄워 계산 자체를 막는다.

지난해 무선랜(WiFi) 기반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을 구축한 보광훼미리마트의 사례다.

훼미리마트는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 발주·판매·폐기 데이터 등이 본사에 익일 집계 되었다.

#2. 자동차공장

현대자동차 납품업체는 부품 출고 시 박스와 화물 차량에 전자태그(RFID)를 부착한다.

부품 출고 시 납품업체 직원이 RFID 리더로 읽는 동시에 이후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통응용시스템에 표시된다. 이렇게 RFID가 붙은 부품 상자는 차량에 적재돼 물류센터로 혹은 아산공장으로 이동한다.

물류센터에 차량이 들어오면 RFID 리더를 통해 어느 업체가 물건을 가져왔는지 확인한다. 또 아산공장에 도착한 차량에도 RFID가 붙어 있어 차량이 정문을 통과하자 이를 인식한다. 어느 협력업체의 자동차가 몇 개의 박스를 가져왔는지 알 수 있다.

현대차는 자사의 텔레매틱스 기술인 ‘모젠(Mozen)’ 서비스를 RFID와 연계했다. 내비게이션 단말기에 텔레매틱스 애플리케이션을 탑재시키고 차량마다 설치해 차량의 이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리더로 RFID가 붙은 박스들을 읽는 즉시 운전석 앞 단말기에 관련 정보가 나타난다. 따라서 기사는 작업지시서와 빠르게 비교해가면서 물건이 빠짐없이 실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사가 해당 내역을 정확히 비교 확인 후 출발 버튼을 누르면 그 순간부터 차량의 위치정보가 인식된다. 이 모든 물류 정보는 의왕 연구소에 있는 모젠센터에서 통합 관리한다.

통신의 영토확장이 거침없다.

통신과 접목된 물류·유통·교통 유관 산업의 변신은 공상과학 속에 나타나는 미래상을 가장 먼저 현실화시켜가고 있다.

통신은 유통·제조업과 결합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기존 산업이 만든 부가가치에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덧붙인다. 통신에 의한 제2의 가치생산, 즉 ‘통신산업혁명’이 시작된 셈이다.

이미 물류에서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사면, 즉시 해당 제품의 재고관리는 물론이고 이를 공급하는 물류 일정까지 모두 파악된다. GS25시, 훼미리마트 등 국내 대표 편의점 업체는 무선통신과 결합된 최첨단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을 통해 실시간의 수천개 편의점의 물품 현황을 관리한다. 나아가 가까운 미래에는 쌀 등 원자재의 공급 시점은 물론이고 내년에 필요한 쌀의 생산 물량까지 파악할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소형 유통업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국내 대표 제조 분야인 자동차 업계의 변화는 더 눈부시다.

현대·기아차그룹과 GM대우도 통신과 결합된 물류 혁명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RFID 시스템 구축을 통해 1∼2주일 걸렸던 협력업체의 부품 재고관리 업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게 됐다. 출하와 상차 관리도 20분 이상 단축됐다. RFID를 적용한 협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회사당 연평균 약 1억원 이상 비용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GM대우는 한발 더 나아가 세계 최초로 금속 부품 단위에 RFID를 시도하고 있다. 생산공정 내에서 부품의 입고와 함께 조립 순서대로 관리돼 잘못 조립되는 것까지 막을 수 있다.

완성차 제조사는 협력사에서 출고되는 모든 부품의 제조·유통 경로 관리는 물론이고 머지않은 미래에 완성차 사후관리(AS)까지 RFID 등 첨단 통신기술을 이용할 예정이다. 통신에 의한 자동차산업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체계 구축이 머지않았다.

유통·물류·교통 등 전통산업이 통신과 결합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눈을 뜨고 있다는 점은 통신이 더 거침없는 영토 확장을 예고한다.

신천지를 찾아 나선 통신산업이 신대륙을 발견한 셈이다.

KT의 ‘스마트(S.M.ART:Save cost Maximize profit Art)’ 전략, SK텔레콤의 ‘산업 생산성 증대(IPE)’ 전략, LG텔레콤의 ‘탈(脫)통신’ 프로젝트가 모두 새로 발견한 신대륙을 향하고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도 “타 산업의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근력을 증대시켜 궁극적으로 파트너들의 생산성 증대를 이루는 것”이라며 IPE 산업의 지향점을 지향점을 제시했다.

◆새로운 신천지 개척…새로운 비즈니스 확대

지하철에서 e북을 빌려보고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실시간으로 시청한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와 KT는 통신과 교통을 접목해 지하철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이미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하고 와이브로를 통해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최첨단 통신기술로 무장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2004년과 2006년, 세계 최초로 위성DMB와 지상파DMB 시스템이 서울지하철에 구축돼 지하철 안에서도 DMB를 시청할 수 있다. 지하철을 타면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보다 DMB 시청자를 찾기가 쉽다. 2007년에는 와이브로를 통해 전동차와 역사 내에서 초고속인터넷이 가능해졌다.

DMB와 인터넷만으로도 서울 지하철은 세계 유일한 통신 천국으로 기록되고 있다.

역내 곳곳에 설치돼 탑승객들에게 날씨·뉴스·지역 정보 등을 전달하는 ‘디지털 사인’은 덤이다. KT는 현재 대구, 부산, 인천 지하철 노선 104개 역에 400여개의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운용 중이다. 이 같은 지하철과 통신의 결합은 업무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물론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지하철이 탑승객에게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통신은 지하철 각 열차에도 적용돼 안전 운행에 필수 설비로 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업무 처리의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자동차에 통신이 연결돼 변신하고 있듯 지하철도 이를 적용해 새로운 지하철이 되고 있다.

특히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5∼8호선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지하철 유지관리시스템(ST&F)을 구축했다.

열차 운행에 필요한 각종 시설물 유지보수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스마트폰에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2년 동안 개발한 3000개의 프로그램이 탑재돼 시설물 고장신고에서부터 현장 조치, 시설물 이력조회와 예방 점검까지 실시간으로 파악된다.

이 시스템을 통해 6500명 직원이 출퇴근길에서 시설물 고장을 인지하면 즉시 신고하고 점검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고장 시설물을 최초로 발견한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시설물을 촬영하거나 바코드 조회를 거쳐 고장접수센터로 전송하면 즉시 담당자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보수하게 된다. 또 지하 구간 양방향 무선 영상 전송기술을 개발, 지하철 운행만으로도 레일 이상 유무나 터널 이상 여부를 알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열차 운행이 끝난 새벽에 직원들이 직접 돌아다니며 육안으로 점검했으나 이제는 동영상을 통해 실시간 점검할 수 있게 된다.

조만간 RFID 등 근거리통신기술을 적용해 승객들이 개찰구에 카드를 접촉할 필요 없이 통과하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통신은 폐쇄된 공간인 지하철을 벗어나 일반 도로에서도 그 역할을 키워갈 전망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부터 서울-대전 간 고속도로 구간에서 와이브로를 상용화하는 사업자들의 투자계획안을 승인했다. 고속도로 구간의 와이브로는 서비스 대상이 개인을 벗어나 머신(자동차)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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