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기 소개하는 게 죽기만큼 싫어서 낯선 장소에 가지 않는다. 어쩌다 깡패 소굴에 끌려가듯 억지로 가게 되면 내 순서가 올 때까지 안절부절못한다. 내 차례가 되면 몇 문장 안 되는 뻔한 소개말을 개미다리 만큼 가는 소리로 후다닥 해치운다. 귀가길 차 안에서는 ‘왜 그런 소릴 했을까’라고 후회하며 자학한다. 자기 생각을 떳떳하게 표현하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신기하고 신비하다. 명쾌한 입놀림이 부럽다고 수줍게 뇌까려보지만 더욱 움츠러들기만 할 뿐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는 사람도 속내는 떨고 있다. 저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다를 뿐이지 누구나 각자 다른 소심함과 취약지구를 갖고 있다. 그 두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과 넘지 못하고 주저앉는 사람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두려움은 그것을 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단계적으로 직면해야 극복된다. 개미를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개미 동화를 들려주고 개미사진을 보여주고 개미를 직접 관찰하게 하면 종국에는 개미를 손에 올려놔도 놀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꾸 노출되고 부딪히고 깨지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무뎌진다. 평균 2800번을 넘어져야 아가들이 걸음마를 배우듯이 실수해야 학습된다. 생생하게 내 것이 되려면 ‘상상’과 ‘연습’이라는 방부제가 필요하다. 말의 맛을 볼 줄 모르면 말의 맛을 낼 줄 모른다. 다양한 롤 모델을 관찰하고 그들의 얼굴에 내 얼굴을 합성해 상상하자. 자꾸 봐야 잘 상상할 수 있다. 불안하고 부끄러운 감정을 걷어내려면 그 자리에 자신감 있고 자연스러운 광경을 집어넣어야 한다. 다시 만날 기미가 없는 모임부터 만만하고 다정한 모임까지 자꾸 나가고 자꾸 서보자. 청중은 나와 비슷해서 내가 한 말보다는 자신들이 한 말에 연연하느라 내 실수는 다 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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