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북한의 화폐교환은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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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내부가 무척 혼란스러운 듯하다. 지난해 11월 말 전격 단행된 화폐교환 후유증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작업을 주도했던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이 경질됐다, 폐쇄했던 종합시장을 다시 허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화폐개혁은 실패한 것이다, 북한주민 불만은 증폭되고 있으며 체제 불안은 가중될 것이다’ 등이 주된 내용이다. 우리는 북한의 화폐교환 이후 나타난 문제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북한체제에 미칠 영향이 큼은 물론이고, 시간을 두고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은 시장확산에 대응해 화폐교환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1992년에 이어 17년만이었다. 2002년 ‘7.1’조치 역시 유사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은 이미 90년대부터 시장과의 전쟁을 시작해 아직도 진행 중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간격도 10년에서 8년으로 줄었다. 시장의 확산 정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억제하는 강도 역시 커지고 있다. 시장의 힘도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억제하는 강도가 클수록 시장의 혼란도 클 수밖에 없다. 유통되던 화폐를 일주일만에 전격적으로 바꿔버렸다. 그것도 100:1 교환비율에 교환한도를 주면서 말이다. 나머지는 은행에 예치하도록 했다. 월급생활자들에게는 교환 이전 수준의 월급을 지급했다. 월급이 100배 오른 것이다. 외환도 집중관리하기 시작했다. 외환을 직접 사용하거나 개별적으로 교환하는 것을 금지했고,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 모두 무역은행에 예치하도록 했다. 개별적으로 무역을 해서 돈을 많이 벌던 기관은 물론 개인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시장 확산은 돈의 기능이 강화됨은 물론 화폐의 교환비율이 부를 축적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가격과 환율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가격과 환율이 정해지는 과정에 있다. 월급생활자들은 구매력이 100배 오른 반면 시장의 가격은 어디에 맞춰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무역이 재개되고, 환율이 정해지고, 가격이 정해지는 시점에서 북한의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며, 북한당국은 어떤 대응을 해 나갈 것인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단기적 물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무역에 얼마나 힘을 쏟을 것인지, 외환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해나갈 것인지, 내부 생산능력은 어떤 식으로 높일 것인지, 중국을 비롯한 외부로부터 어떤 식의 도움을 받을 것인지, 이를 위해 어떤 정치적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인지 등의 체크리스트를 면밀히 만들어 점검해야 한다. 북한은 수십 년에 걸쳐 시장과의 전쟁을 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 전쟁을 치러야 한다. 북한체제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다. 그런데 불과 2∼3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화폐교환이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그에 따른 우리의 대응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단순히 한번에 성공하고 실패할 문제가 아니다. 체제변화의 힘과 변화를 억제하려는 힘 사이에서 발생하는 지리한 전쟁이라고 봐야 한다. 긴 호흡을 가지고 지켜보고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결국 북한은 정상적인 시장경제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 그 시나리오에 어느 수준에 와있는 것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자.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seridys@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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