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제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냅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1인 창조기업인 정기수 대표(29). 2006년 ‘웹 2.0’이 뜬다는 뉴스에, 그동안 쌓은 유통·물류 경험을 접어둔 채 혈혈단신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하는 일은 블로그 기반으로 온라인 사업을 펼치는 고객을 돕는 자칭 ‘블로그 코디(코디네이터)’. 구체적으로 고객을 잡는 영업과 그들이 원하는 사이트를 기획한다. 나머지 프로그램 개발과 디자인은 다른 1인 창조기업 전문가에게 맡긴다. 1인 창조기업 개념이 없던 시절 뛰어들었던 그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펼치는 지원정책에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만, 1인 창조기업인 대부분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들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일을 하는 만큼, 곳곳에 무료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센터가 세워지기를 바랬다. 그의 하루를 따라가봤다.
출근과 함께 업무 시작=사장 겸 유일한 직원인 정기수 대표의 취침 시간은 새벽 2∼3시. 기상시간은 아침 8∼9시다. 단, 오전에 약속이 없을 때다. 그는 “고객이 찾으면 언제라도 달려가야 한다”며 “아침 일찍 약속이 잡힐 때도 있고 그런 날에는 새벽같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업무 시작은 용산구 한남동의 집을 나설 때부터다. 스마트폰을 켜고 밤새 들어온 e메일을 체크한다. 4일 밤과 5일 아침 사이 세 통의 메일이 들어왔다. 헬스케어 업체 한 곳은 블로그형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보냈다. 그 회사에 적합해 보이는 제작 레퍼런스(사례)를 찾아 보냈다. 정 대표는 “구체적인 협상은 찾아가 만나서 한다”고 말했다.
인맥 관리도 이때 한다. 1인 창조기업인에게 인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칫 최신 정보 흐름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틈틈이 ‘트위터’로 들어오는 문의에도 꼼꼼히 답변했다.
기업인이 웬 ‘스터디(?)’=오전에 약속이 없으면 그는 공부를 한다. 온라인 MBA 과정을 밟고 있다. 아침시간에 잡은 것은 이때가 여유 있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태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미래에 큰 기업을 운영해보고 싶은 ‘꿈’도 있다. 그는 MBA 과정 외의 공부도 짬짬이 한다. 그의 업무가 단순히 플랫폼을 만들어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 기술을 접목해 계속 진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고객이 찾고 이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다. ‘힘들겠다’는 질문에 ‘재미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최신 책이나 잡지를 보며 트렌드를 좇아갑니다. 제가 많이 알아야 남에게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터디’ 모임도 있다. 최근 그는 그의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아이폰 사용자’ 스터디를 구성했다. 기업 대표도 나오고, 인터넷쇼핑몰 운영자, 학생, 보험설계사 그리고 예비창업자도 있다.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을 찾는다.
심심… 고독…=점심식사를 그는 옆 건물 지하 푸드코트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고객 또는 지인과 만나면 ‘백반’을 먹기도 하지만 이날 약속이 없다. 점심을 거르는 때도 적지 않다. 워낙 하루 일과가 불규칙하다. 그는 블로그아카데미에서 강사로도 일한다. 비즈니스 경험을 알리고, 고객을 확보하는 이점도 있다. 네트워크를 넓히는 게 큰 목적이다. 그의 꿈은 창업아카데미를 세우는 것이다. “창업 하면 점포 세우는 것을 떠올리는데 위험도가 높습니다. 온라인 쪽은 준비기간도 짧고 무엇보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죠.”
무척 낙천적인 그도 1인 기업으로 뛰면서 “심심하고 때로는 고독하다”고 말했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 단체로 워크숍을 간다고 할 때가 제일 부럽습니다. 가끔은 다른 사람(직장인)보다 갇혀 지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간이 비면 혼자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남들이 회사에 있어야 할 때 나만의 여유를 즐기는 것은 역시 즐겁다”고 활짝 웃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그는 왜 창업을 했나
정기수 대표가 1인기업을 차린 것은 조직생활이 싫어서다. 그의 이력이 이를 말해준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2년 가까이 방황했다. 열 일곱 살 되던 해 중·고등학교 검정고시 시험을 봐 모두 패스했다. 대학보다 일자리를 택했다. 처음에는 물류회사에서 자재를 날랐다. 마트에서도 일했다. 유명 아이스크림 회사에서도 유통을 담당할 때 그는 유통물류 전문가를 꿈꿨다. 정 대표는 “정부가 ‘동북아 물류허브’로 육성한다는 말에 유통과 물류를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중소 화장품 회사로 가 유통담당자로도 일했다. 제휴 마케팅 등 공격적인 사업을 회사에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나와 길거리 옷가게를 열었다. 잘나갔지만 중국 저가 의류가 쏟아져 들어오자 나빠졌다. 틈틈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로 공부한 ‘웹2.0’ 모델을 살려 블로그 코디 사업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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