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어려움에도 `깨끗한 전파` 보람"

전파진흥원, 지하철 무선국 점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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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파진흥원은 9일 새벽 신설 지하철 노선의 이동통신 무선기지국 점검을 위해 오늘 18일 개통을 앞둔 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시스템 점검에 동행한 유재홍 한국전파진흥원장이 기술진들과 함께 기지국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지하철이 운행을 멈춘 시각. 밤 거리에 사람이 없다. 한국전파진흥원 무선 검사관들이 활동을 개시하는 것도 이 즈음이다. 지하철 고압선에 흐르던 2만5000볼트에 달하는 초고압전류가 차단된다. 그때부터 무선국 점검을 시작한다.

 9일 새벽 1시 송파구 경찰병원역. 이동만 검사관과 기업체 무선국 시설담당자 5명이 지하철 역사 한 편의 기계실에 모였다. 유재홍 한국전파진흥원장도 현장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겠다며 일정을 함께했다.

 이 검사관은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경찰병원역에서부터 오금역 사이의 원격서비스장치(ROU)를 점검해야 한다. 기지국에서 보낸 신호는 주장치(MHU)를 거쳐 ROU까지 도달한다. ROU 안테나가 신호를 보내면 이동만 검사관 손안의 휴대폰이 울린다. 각종 전파 장치가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장애가 일어나거나 기계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으면 ‘통신두절’ 사태가 일어난다. 이 검사관은 이런 일을 상상하기도 싫다.

 1시 30분. 지하철 역사 통제센터로부터 터널 속으로 들어가도 좋다는 신호가 떨어졌다. 20㎏이 넘는 검사 장비를 어깨에 메고 사다리를 탔다. 와이브로 신호도 체크해야 해 노트북까지 챙겼다. 터널 속으로 들어가니 신축 역사인데도 공기가 탁하다. 들어가자 마자 목에 가래가 끓는 듯한 느낌이다.

 이 정도면 정말 양호하다. 검사원들은 지하철 1·2호선 구간같이 오래된 터널은 쇳가루가 모래처럼 밟힌다고 말했다. 아무리 마스크를 두껍게 써도 미세한 분진이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더운 여름엔 먼지와 땀이 범벅이 된다. 지하철 정비 차량이 검사시간에 통과하는 때엔 벽에 붙어 꼼짝도 못한다.

 30m쯤 걷자 터널 벽에 ROU가 나타났다. KT의 2G, 3G 장치가 함께 있는 ROU와 KT·SK텔레콤의 와이브로 ROU가 사이좋게 자리했다. 이렇게 한곳에 장비가 모여 있으니 수월한 편이라고 했다. 3호선 연장 구간은 그나마 새로 준공된 구간이기 때문이다. 검사원 중 한 명이 “이렇게 한꺼번에 검사하는 것은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며 웃는다.

 이 검사관은 기자 일행이 도착하기 전인 9시부터 현장에 나와 신호를 받아 지하철 터널 안의 장치들로 보내주는 MHU 점검을 마쳤다. 구간에는 무려 MHU와 ROU 등 159개의 장치가 있다. ROU 점검은 개당 2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지하철 운행을 다시 시작하기 전 새벽 세 시 반까지밖에 시간이 없다. 159개를 일주일 안에 점검해야 하니 조급해진다. 대충 끝낼 수도 없다. 검사를 끝내면 인증 스티커를 붙이는데, 검사관 이름까지 들어간다.

 때로는 인증이 안 되면 통신사가 아니라 장비 제작사 부담으로 다시 장비를 제작해야 한다.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이 사실 때문에 마음이 약해질 때도 있다. 검사관은 검사만 할 뿐 장비를 여는 것부터 다루는 일은 해당 회사 직원들의 몫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검사작업에 입회한다. 이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다행히 이날은 모두 합격통보를 받았다. 터널 안 20개의 장치 검사를 끝내고 나니 세 시 반이 됐다. 터널을 빠져나가야 할 시간이다. 옷을 털고 마스크를 벗으니 네 시다. 터널 장치 포함 45개 장비 검사를 끝내고 하루 일과를 마쳤는데,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개통 전 신규역사여서인지 기분도 새롭다. 9일 밤에는 가락시장 역으로 출동이다.

 이동만 검사관은 “심야 지하철 검사는 지상과 달리 분진이 많고 심야에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이뤄져 어려움이 많지만 깨끗한 전파환경을 직접 조성한다는 것이 뿌듯하다”며 웃었다.

 IT강국 대한민국의 통신서비스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장비를 만드는 사람들부터 공중의 무선국을 점검하는 사람, 한밤중에 깊고 깊은 터널 속에 있는 엔지니어의 손길로 만들어진다.

 무선국 검사관들은 지하철 역사는 물론이고 설악산 대청봉, 산간벽지, 선박·항공기 등을 찾아 검사한다. 원양어선 같은 대형 선박을 탈 때에는 위험도 무릅써야 한다. 작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대형선박 근처에 가서, 무선장비까지 짊어진 채 출렁이는 파도 박자에 맞춰 밧줄로 된 사다리를 옮겨 타기도 한다.

 첫 점검길에 나선 유재홍 한국전파진흥원장은 “한국이 세계 최고의 통신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남들이 자는 시간에도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모든 국민이 완벽한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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