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저녁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10 리셉션’장. 국내외 반도체 장비 기업 임직원, 소자업체 임직원들로 가득차 활기찼지만 한편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삼성전자 기술이 세계 최대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의 국내 법인인 AMK에 유출됐으며 이 중 일부가 하이닉스로 넘어갔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날 리셉션장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과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이 참석했다. 헤드테이블에 앉아 반갑게 환담을 나눴다. 권 사장은 김 사장에게 “오늘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지만 모두 잊고 즐겁게 행사를 즐깁시다”고 말했다. 김 사장 역시 기술 유출건에 대한 언급 없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다른 자리에서는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연구개발(R&D) 임원과 구매팀장 등이 같은 자리에 앉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기술 유출 사건이 발생했지만 삼성전자, 하이닉스 양사는 상호 비난을 자제하며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 사건에 대한 공식 성명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 핵심기술이 해외 장비업체를 통해 유출됐고 이 기술이 외국 반도체업체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어 국가적 손실이 우려된다”고 밝혔을 뿐 하이닉스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 2008년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하이닉스와 대만기업의 협력을 기술 유출로 지적하며 하이닉스와 날선 공방을 벌인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AMK와 AMK 출신 인사가 만든 기업 간 상호 고소로 발단이 된 이번 사건이 하이닉스로까지 파급된 데 대해 삼성전자 내부도 당황 해하는 분위기”라며 “전면전으로 파급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측도 삼성전자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뿐 삼성전자에 대한 다른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2년간 두 반도체 회사가 최악의 해를 보내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법정 판결 이전까지 이 문제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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