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PC, 조달시장 `태풍의 눈`

올해 40%까지 확대 방침에 업계 판도변화 예고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나라장터`를 통한 PC 조달 규모

 중소기업 PC가 조달 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조달청이 정부 조달 PC 중 중소기업 제품 비중을 올해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천명하면서 업계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업체 비중이 높아지면 조달 PC 시장을 80% 정도 장악한 삼성·LG·삼보 3사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일부 점유율이 낮은 일부 대기업을 뛰어넘는 기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권태균 조달청장은 최근 중소 PC업체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중소 제조업체가 활성화돼야 신규 고용을 크게 늘릴 수 있다”며 올해 중소업체 PC 조달 비중을 4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에이텍·늑대와여우컴퓨터·대우컴퓨터 등 ‘정부조달 컴퓨터서비스협회’ 주요 회원사 대부분이 참석했다. 이 협회는 중소PC업체가 취약한 애프터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이 덕분에 10% 이하에 머물던 중소업체 PC 보급률이 지난해 20%까지 올랐다.

 권 청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고용 효과를 위해 중소 PC업체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달청은 특히 올해부터 조달 포털인 ‘나라장터’를 통해 PC를 구매할 때 최소 5곳 이상을 협상대상자로 선정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 PC업체 한 관계자는 “업체 수를 크게 늘려 중소업체가 입찰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아직도 일부 중소기업이 불리한 점이 있지만 분위기는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소 PC업체 육성에 나서면서 전체 조달 PC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줄 전망이다. 특히 대기업 점유율이 타격을 받으면서 순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당장 전체의 60% 시장을 삼성·LG·삼보 3사가 나눠야 한다. 조달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50%대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삼보·LG전자 순으로 세 회사의 비중은 80%에 달했다. 당장 올해 대기업 시장 비중이 60%로 20%포인트가량 떨어지면서 주요 업체의 조달 시장 매출이 크게 줄 전망이다.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순위 변화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종권 늑대와여우컴퓨터 사장은 “중소업체 PC는 제원과 성능 면에서 대기업과 비슷했지만 브랜드가 약하고 서비스가 취약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며 “정부 기관이 적극적으로 중소업체 PC를 구매하면 조달 시장뿐 아니라 일반 시장에서도 인식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몇 달 동안에 늑대와여우는 공공기관 부문에서 매출 성장률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00%, 이안피씨·건우씨텍 등은 200% 이상 성장하는 등 선전했다.

 조달청을 통한 PC 조달 시장 규모는 지난해 5000억원이었으며 올해 55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PC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