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View Point-기고: IT 컨버전스는 미래의 성장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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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IT산업은 외환위기, 금융위기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이동통신 단말 부문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제 일본과 같은 전통적인 IT강국도 우리 기업을 벤치마킹하거나 경쟁 상대 이상으로 그 지위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 발전 구조로 인하여 소프트웨어, 솔루션, 콘텐츠 분야와 같은 IT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취약해 전체 산업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IT서비스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IT제조업보다 낮은 실정이고 세계 시장점유율은 반도체의 경우 약 45%인데 IT서비스업은 1%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리나라 IT기업 중 세계적인 IT서비스 기업은 거의 없는 상황이고, 방송·통신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또한 IT서비스업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기여도는 IT제조업보다 낮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 많은 전문가들은 IT산업의 불균형적 성장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IT산업의 국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산업 발전은 물론 국가 발전의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IT산업의 문제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우선 필자가 오랜 기간 동안 몸 담았던 자동차업계에서 IT업계로 옮겨 와서 보니 특히 IT서비스 업계가 경쟁과 협력의 룰이 통하지 않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모든 시장에서는 경쟁의 룰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룰에는 항상 공정성의 원칙이 있다. 여러 스포츠에도 체급이 있고 골프에도 핸디캡이 있지 않은가. 이는 바로 공정한 게임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IT서비스업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경쟁하고, 대형 SI 업체들은 특정 부문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정한 게임 룰의 부재는 결국 우리나라 IT서비스산업의 글로벌화 수준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업계의 경우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는 경쟁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명확하게 자기의 역할을 하며 서로 협력한다. 중층적 분업구조를 통한 상호협력과 역할분담이 지금의 한국 자동차 산업을 있게 만든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한다.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전자, 조선,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이젠 IT산업도 공정한 룰과 원칙을 만들어 성숙한 시장을 조성하고 그 시장에서 경쟁과 협력을 통하여 세계적인 IT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는 IT가 많은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의 변화를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이끄는 문화적인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고 생각한다. IT란 무엇인가. IT는 태어날 때부터 응용을 목표로 탄생했다. 통신망을 구축해 놓고 이를 이용한 서비스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난 20여년간 한국 IT산업은 기대만큼 우리 생활에 가까이 다가가진 못했다고 본다. IT를 산업뿐만 아니라 문화적 수준으로 견인하는 능력, 즉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를 보면 IT를 통한 삶의 변화가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현실 생활과 IT의 조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스마트폰과 앱스토어 열풍이 식을 줄 모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정책과 제도변화의 속도는 거북이 걸음이다.

이제 우리나라 IT산업도 본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국내 대형 IT 서비스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려서 세계적인 서비스와 솔루션을 개발해 IT서비스의 질과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을 위한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균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는 한국 IT 서비스 산업의 미래는 밝기만 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IT와 타 산업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통한 IT융합을 더욱 촉진시켜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미 주력산업인 전자, 조선, 자동차, 철강, 금융, 의료분야 등에서 IT 기반 융합기술을 통해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u-시티, u-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융합 비즈니스 모델은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융합 사례로 꼽혀온 u-시티는 분양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u-헬스케어 분야는 원격진료라는 단어조차 못 쓸 정도로 규제가 엄격해 산업 성장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이젠 산업간 융합에 대한 많은 장벽을 제거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주력산업뿐 아니라 로봇, 화학, 국방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IT융합이 지속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는 경제 전반에 걸친 효율성 제고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하고 네트워크 인프라가 좋으므로 IT기술을 통한 부가가치를 통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제 컨버전스는 세계적인 큰 흐름이다. 기존 산업과의 융합은 IT가 해외로 적극 진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디딤돌이 될 것이며 IT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추구하는 녹색성장과 산업간 융합을 통한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추진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판단된다.

IT 산업은 인간의 꿈에서 출발한다. 꿈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창의력을 발휘해 우리 생활의 가치로 변화시켜내는 것이 IT다. 우리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것, 인간의 꿈을 현실로 실현하는 게 바로 IT의 진정한 목적이자 존재 이유가 아닌가 한다. 이제야말로 인간의 미래와 희망을 IT산업으로 현실화함으로써 우리 IT산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김방신 한국후지쯔 대표이사 bangshin@kr.fujits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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