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아이패드`는 만들어졌나

지난달 27일 애플이 공개한 태블릿 PC 신제품 ’아이패드’(iPad)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아이패드’의 성공을 점치는 측은 ’아이패드’가 ’아이팟터치’나 ’아이폰’에 이어 모바일 기기의 새로운 혁명을 불러와 기존 전자책(e-book)이나 넷북, 콘솔게임기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태블릿 PC를 새로 정의하면서 PC 시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기존 ’아이폰’과 비슷한 요소, 멀티태스킹과 USB 미지원, 메모리 확장 불가능 등 넷(Net) PC에 비해 부족한 요소로 인해 ’아이패드’가 ’아이폰’만큼의 돌풍을 불러오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애플은 어떤 수요층을 염두에 두고 ’아이패드’를 만들었을까.

3일 업계에 따르면 일단 지난달 27일 열린 스티브 잡스의 ’아이패드’ 키노트 스피치와 애플이 제작한 ’아이패드’ 소개 동영상을 보면 애플이 ’아이패드’를 휴대용보다는 가정 내에서 가족 모두가 사용하는 멀티미디어 기기로 성격을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잡스는 당시 발표회에서 단상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아이패드’를 통해 웹 브라우징, 이메일, 영화, 음악, 게임 등을 시연했다.

또한 스콧 포스톨 애플 수석 부사장 등이 등장하는 ’아이패드’ 소개 동영상에서도 사용자는 거실 소파나 침대 등에 걸터앉거나 비스듬히 기댄 채 ’아이패드’를 통해 영화를 보거나 전자책을 읽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동하거나 실외에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모습은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즉 애플의 ’아이패드’는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성이나 강력한 퍼포먼스를 가진 일반 PC보다는 가정 내에서 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휴대성과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편의성을 구현한 제품으로 여겨진다. 이는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들이 실제로는 주로 가정 내에서 활용된다는 분석을 토대로 ’아이패드’가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닛케이 커뮤니케이션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이용장소와 관련해 ’가정에서 이용한다’는 응답이 2008년 60%에서 지난해에는 70%로 높아졌다. 거실이나 침실에서 PC 대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부팅 등에 수 분의 시간이 걸리는 복잡한 PC 대신 몇 번의 터치만으로도 바로 인터넷 검색이나 이메일을 송ㆍ수신할 수 있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이를 보다 큰 화면에서 이용하고자 하는 욕구를 채워주는 제품이 9.7인치 크기의 ’아이패드’인 셈이다.

’아이패드’가 데스크톱이나 랩탑용 운용체제(OS)인 맥 OS X 대신에 스마트폰용 아이폰 OS X를 채택한 점도 가정 내라는 사용 용도를 고려하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통상 가정 내에서는 복잡한 일을 하기보다는 인터넷 검색, 이메일 송ㆍ수신, 영화 및 전자책 감상 등의 용도 위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맥 OS보다는 아이폰 OS가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적합하다.

특히 아이폰 OS 채택은 기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넷북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장년층 이상의 부모님 세대 등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PC 사용에 익숙한 젊은 층과 달리 중장년층 이상은 PC를 사용하고 PC를 통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동안 이들 세대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키보드나 마우스를 이용, 인터넷을 검색해 콘텐츠를 찾고 다운 받은 뒤 코덱을 변환하거나 알맞은 전용 프로그램 등을 설치해야했다.

중장년층은 키보드나 마우스 사용이 어색한데다 콘텐츠를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그림의 떡’인 셈이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자신이 보는 화면에서 보이는 아이콘이나 이미지 또는 단어를 직접 누르는 것으로 인터넷을 서핑하거나 영화 또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책을 보거나 이메일을 송ㆍ수신하며 읽었던 기사 중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오려 간직할 수도 있다.

?은 화면은 읽기에 편하며 가족 간 체스나 바둑 등 보드게임을 하거나 사진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IT전문 블로그 테크크런치는 ’우리 엄마의 다음 컴퓨터가 ’아이패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글에서 “`아이패드’는 컴퓨터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컴퓨터다. 3D 드라이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스크린해상도를 조절하거나 새 메모리를 인스톨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왜 부팅에 10여분이 소요하면서 내 컴퓨터가 갈수록 느려지기만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랜(LAN)과 같은 유선 인터넷이 아닌 와이파이(Wi-Fi)와 3세대(G) 통신망과 같은 무선 인터넷만을 지원한다는 점도 ’아이패드’가 가정 내에서 활용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랜은 가정 내에서도 방이나 거실 등 특정장소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즉 랜을 이용하려면 사용자가 특정 장소에 위치해야 하지만 와이파이나 3G 등 무선 인터넷망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는 사용자가 방이나 거실, 침실 등 어느 장소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 소개 동영상에서 애플 측은 사용자가 ’아이패드’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패드’가 사용자에게 다가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PC를 이용하기 위해 서재로 가거나 영화를 보기 위해 TV 앞에 있을 필요없이 사용자가 소파나 침실, 책상 등 어디에 위치하더라도 ’아이패드’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KT 강태진 전무(연구위원)는 “`아이패드’를 3G 이동통신망으로 연결해 가지고 다니면서 많이 쓰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와이파이를 통한 이용이 많을 것이다. 당장 나 같으면 집에서 와이파이에 연결해서 편하게 누워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아이패드’ 출시 이후의 가정 내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거실 TV 단상 옆에 ’아이패드’가 놓여져 있다. 아이패드는 가족의 사진을 액자로 보여주거나 시계를 대신한다.

아빠는 아침에 일어나 ’아이패드’를 들고 이날 조간신문들을 보고 일정과 날씨, 해외 주식 정보 등을 체크하며 회사에 급한 이메일을 보낸다.

아빠가 출근한 뒤 엄마는 ’아이패드’를 통해 전자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간단한 웹서핑으로 인터넷 쇼핑을 즐긴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는 ’아이패드’로 장기나 보드 게임을 하고 숙제로 필요한 자료는 웹상에서 확인한다. 교과서나 참고서를 다운받아 예습과 복습도 끝낸다.

가족이 저녁을 먹은 뒤 엄마가 TV에서 드라마를 보는 사이 아빠는 침실에서 ’아이패드’를 통해 실시간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거나 전자책을 읽는다.

아이가 잠자리에 들 무렵 아빠는 ’아이패드’ 오디오북이나 만화로 된 동화책을 통해 아이에게 동화를 보여주거나 들려준다.

뉴욕타임스는 ’아이패드’가 어린이들의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올해의 장난감’에 애플 ’아이패드’가 선정될 수도 있다는 재밌는 상상을 소개했다.

각 기기에는 장단점이 있다.

휴대용게임기는 편리하지만 화면이 작다. 비디오게임기는 TV 화면을 이용할 수 있지만, TV가 있어야 한다. 전자책리더는 책만 읽을 수 있다. 넷북은 인터넷 검색과 멀티미디어콘텐츠 활용이 가능하지만, 키보드로 인해 침실에 기대거나 소파에 앉은 채 활용하기가 어렵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애플 ’아이팟’이나 ’아이폰’이 기존의 시장 틀에 맞춘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열어왔던 전례를 감안한다면 ’아이패드’ 역시 이미 나와있는 각 기기의 약점을 메워 각각의 시장을 연결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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