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패시브 방식 틈새시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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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영국 런던의 대중 술집 ‘펍(PUB)’.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 맨체스터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축구의 나라’답게 경기 시작 전부터 펍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거의 매일 열리는 경기지만 이 날은 남달랐다. 축구 경기를 보는 모든 사람이 까만 특수 안경을 끼고 있었다. 영국 유료TV ‘B스카이B’가 3차원(3D) 입체 방송으로 축구 경기를 첫 중계한 것이다. 영화 아바타로 시작한 ‘3D 붐’과 맞물려 이날 3D방송은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날 3D제조업체가 정작 주목한 건 입체 영상보다 안경이었다. 다름 아닌 3D 구현 방식 때문. B스카이B는 편광필름을 입혀 3D환경을 구현하고 안경이 가벼운 ‘패시브(Passive)’ 방식으로 축구 경기를 생중계했다.

패시브 방식 3D 디스플레이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패시브는 ‘액티브(Active)’와 함께 3D 디스플레이 표준 경쟁을 벌였지만 경제성 문제로 액티브에 한참 뒤처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흔히 3D는 화면 구현 방식에 따라 액티브(셔터글라스)와 패시브(편광 필름)로 나뉜다. 패시브 디스플레이는 일반 LCD에 특수 편광필터를 부착해 3D 환경을 구현해 준다. 제조 원가와 공정이 길어져 디스플레이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안경은 개당 1만원 정도로 싼 편이다. 액티브 방식은 3D TV와 안경이 적외선 통신으로 신호를 맞춰 화면에서 좌·우를 교차로 보내면 안경이 알아서 양쪽 렌즈 셔터를 여닫으며 좌·우 영상을 분리 전달해 3D 화면을 만들어 준다. 기존 LCD필름을 그대로 사용해 디스플레이 가격은 LCD와 비슷하지만 안경에 센서 등을 부착해 착용감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두 가지 방식은 지난해 말까지 치열한 표준 주도권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올해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0’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업체가 액티브 방식으로 돌아섰다. 생산 공정이 길어져 디스플레이 자체 가격이 비싸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LG전자 CTO 백우현 사장은 “두 방식은 장, 단점이 있지만 패시브 방식이 기업시장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액티브 제품에 승부를 걸고 있다. 패시브 방식으로 시제품을 내놨던 소니도 올해 CES에 모든 제품을 액티브 방식으로 내놨다. 파나소닉도 액티브 방식 3DTV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액티브와 패시브 두 가지 방식을 저울질하는 LG전자도 액티브에 무게 중심을 둔 상황이다. 최용석 빅아이 사장은 “CES를 기점으로 액티브 방식이 사실상 3D 디스플레이 시장 주류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패시브 방식은 일본 JVC와 국내에 현대아이티, 잘만테크 정도가 고수하고 있다. 업체 수가 크게 줄었지만 시장은 오히려 호의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패시브 방식이 가진 장점 때문이다. 안경 가격이 싸 대중적인 장소에서 3D환경을 즐기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 의료·게임·디자인 등 작업 용도로 장시간 집중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패시브가 비교 우위가 있다는 점을 서서히 인정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장 경쟁이 심하지 않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최종원 현대아이티 사장은 “올해 패시브 방식 3D 매출을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려 잡을 정도로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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