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의 시초로는 1968년 이반 서덜랜드 (Ivan Sutherland)가 개발한 헤드 마운트 3차원 디스플레이가 꼽힌다. 머리에 연결된 기계 장치를 통해 위치와 방향을 인식해 정보를 보여준 이 획기적인 연구 이후로 1992년 톰 코델과 데이비드 미젤이 ‘Augmented Reality’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할 때까지 증강현실은 가상현실과 크게 구별되지 않고 연구돼 왔다.
증강현실을 연구실에서 현실로 끌고 나온 가장 큰 계기는 모바일 기기들의 눈부신 발전이었다. 노트북과 카메라를 몸에 두르고 다니던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ing)의 시대’를 지나 1995년 소니의 레키모토 주니치(현 동경대 교수)는 소형 노트북 기반의 증강현실을 실험했고, 2000년 세계 최초의 카메라폰 J-SH04가 출시된 이후에는 카메라폰 또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증강현실이 지속적으로 개발됐다.
이렇게 모바일 기기를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내가 보는 물체, 내가 속한 환경에 대한 정보를 실사에 자연스럽게 겹쳐진 영상을 통해 얻는 기술을 모바일 증강현실(MAR)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온 스마트폰에서 동작하는 애플리케이션 형식으로 2008년부터 상용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MAR 애플리케이션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아이폰3GS, 안드로이드 등 스마트폰들이 ‘디지털 컴파스’ 센서를 내장한 데 있다. 기존 스마트폰들은 GPS나 기지국, 또는 무선랜 기반의 위치 정보를 제공했지만 사용자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에 대한 방향 정보를 얻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요즘 팔리고 있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디지털 컴파스가 내장돼 있어 어떤 개발자라도 손쉽게 사용자의 위치와 방향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카메라 영상에 사용자가 보고 있는 건물을 구글 등의 지도 API를 통해 알아낸 뒤 겹쳐 그리기만 하면 MAR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센서 방식의 MAR은 사용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GPS와 같은 위치 측위 기능이나 디지털 컴파스에는 오차가 있어 바로 앞에 있는 상점을 비춰도 해당 정보가 뒤에 있는 것으로 나오는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센서 방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메라로 입력되는 영상을 직접 분석해 정확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영상 인식 기반 MAR 서비스가 연구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스트리트뷰(Street View)나 검색엔진이 제공하는 각종 영상들을 대상으로 영상 인식 기능을 제공하는 구글의 고글스(Goggles)가 한 예이다.
기존의 텍스트 기반 검색을 스마트폰에서 실행하려면 문자를 입력하기 어렵고,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얻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검색 결과 목록에서 원하는 내용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MAR은 이와 같은 문제를 직관적으로 해결해주는 최상의 기술로서 스마트폰을 진정으로 ‘스마트하게’ 만들어주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니퍼리서치(Juniper Research)는 최근 발표된 MAR 관련 보고서에서 2014년 세계 시장규모가 7억32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수익 모델로는 △애플리케이션 판매 △콘텐츠 판매 등 사용량에 비례하는 과금 △광고 등을 꼽았다.
스마트폰이 모바일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면, MAR은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연결의 경험을 바꾸고 있다. 마침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증강현실 분야의 세계적인 학회인 ‘ISMAR’가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린다. 많은 기업과 연구자들이 참여해 MAR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꽃피우기 위한 열띤 논의를 펼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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