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새로운 콘텐츠 오픈마켓인 ‘앱스토어’가 주목받고 있다. 앱스토어는 단순히 하드웨어에 종속된 부수적인 시장이 아니라 앱스토어의 콘텐츠 수준이 하드웨어를 선택하게 되는 핵심 요소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전문기관인 가트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앱스토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억178만달러에서 올해는 61억740만달러로 대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2013년까지 매년 55∼74%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본격 경쟁 ‘스타트’=현재는 개인 개발자들의 성공스토리와 누적된 애플리케이션 보유량 등으로 애플 앱스토어가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지만, 삼성의 ‘앱스’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 SK텔레콤의 ‘T스토어’ 등 후발주자들도 시장 확대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이폰 열풍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는 애플 앱스토어의 정확한 콘텐츠 수를 애플 측에서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3000개 이상의 한국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온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들도 추격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국내 앱스토어로 가장 먼저 선보인 SK텔레콤의 T스토어는 현재 3만건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돼 있으며, 2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해외 앱스토어와 가장 큰 차이점은 스마트폰이나 자사 플랫폼 단말기만 지원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100여종의 위피 기반 일반 휴대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또 연내 다른 이통사 가입자도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KT도 ‘쇼스토어’를 강화하고 있으며 현재 1000여개의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돼 있다.
삼성전자가 만든 삼성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삼성 앱스’도 올해 본격적인 글로벌시장 확대에 나선다. 삼성 앱스는 지난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시장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싱가포르, 독일, 중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 서비스도 오픈했다.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삼성은 EA모바일, 게임로프트 등 세계적인 기업이 개발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삼성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개발자 챌린지’를 개최해 참신하고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 앱스는 국내에서는 T스토어에 숍인숍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의 본격적인 확대도 눈여겨 봐야 한다. 지난 해까지는 단말기가 충분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국내에 들어올 구글의 ‘넥서스원’과 모토로라의 ‘모토로이’ 등은 단말기 성능이 뛰어나 안드로이드 마켓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개발자에게 신대륙으로 떠올라=앱스토어 시장은 개발자들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앱스토어 등록만으로 넓은 세계시장에서의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또 뛰어난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를 개발하면 일약 세계적인 명성도 얻을 수 있다. 이런 효과는 지난해부터 속속 나오고 있다.
모바일게임 업체 컴투스(대표 박지영)는 애플 앱스토어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해외 매출 실적을 올렸다. 올해부터는 국내에 출시하는 모든 모바일게임을 해외 앱스토어 시장에도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모바일게임 업체인 게임빌(대표 송병준)도 앱스토어 시장에서 ‘베이스볼 슈퍼스타’와 ‘제노니아’ 등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컴투스와 게임빌이 개발한 게임들은 해외 게임 전문사이트에서 뛰어난 게임으로 잇달아 선정되면서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개인 개발자들에게도 앱스토어는 신대륙이다. 자본과 인력이 없더라도 콘텐츠를 대신 소개하는 마케팅과 이를 팔 수 있는 유통망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T스토어 오픈 후 유료 콘텐츠 다운로드 1위를 했던 ‘베이비폰’ 개발자는 지난해 벌써 6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지하철알리미’를 개발한 대학생도 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애플 앱스토어에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서울버스’를 개발한 고등학생도 스타 개발자로 부상했다.
◇오픈마켓 맞는 정책 갖춰야=앱스토어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법과 제도, 저작권 문제 등이 초기 앱스토어 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국내 법과 제도가 해외 앱스토어와 상충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는 게임 계정이 없다. 때문에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은 게임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모든 게임을 서비스하기 전에 심의를 받아야 하는 우리나라 법과 사전심의를 인정하지 않는 애플의 글로벌 정책과의 충돌 때문이다. 성인 콘텐츠의 경우도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인등급을 받은 콘텐츠는 청소년이 접근할 수도 없어야 하는데,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는 단지 구매만 할 수 없게 할 뿐이다. 이는 안드로이드 마켓 등 외국 앱스토어가 활성화되면 계속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주목받는 애플리케이션
앱스토어에서는 실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신선한 아이디어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내가 탈 버스의 현재 위치와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주는 ‘서울버스’ 애플리케이션은 아이폰 최고의 인기 콘텐츠 중 하나다. 경기고 2학년인 유주완 군이 개발한 것으로 서울시 버스안내시스템과 GPS를 결합해 만들었다. 유군은 아이폰에서 한글 초성 검색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한 바 있다.
SK텔레콤 T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는 ‘지하철알리미’도 두달 만에 4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화제가 됐다. 지하철알리미는 지하철에서 내릴 역을 입력해두면 알아서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졸거나 다른 생각을 하다 역을 지나칠 일을 방지해준다. 이 애플리케이션 역시 대학생인 이민석씨가 개발했다.
아기가 누르는 번호에 따라 다양한 동물 그림과 소리가 나는 애플리케이션인 ‘베이비폰’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아이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수 있으며, 암호 기능으로 실수로 전화가 잘못 걸리지 않게 했다. 베이비폰 개발자인 유재현씨는 SK텔레콤 TV CF에도 등장했으며, 현재는 베이비폰2도 준비하고 있다.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윙버스’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자신이 있는 주변의 맛집을 찾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면서 모바일족들에게 인기다. 기존 인터넷에서 정보를 제공할 때보다 아이폰 도입 이후 급격하게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앱스토어 최고의 인기 콘텐츠는 게임이다.
한국 개인 개발자 최강우씨는 ‘카툰워즈’와 ‘카툰워즈 거너’로 애플 앱스토어를 점령했다. 카툰워즈는 전체 유료 애플리케이션 판매 1위에 올랐고, 카툰워즈 워너는 전체 유료 애플리케이션 2위, 전체 유료 게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화려한 그래픽과 시스템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최고의 게임성으로 인정받았다.
게임빌의 ‘제노니아’는 미국 게임 전문 사이트 IGN으로부터 2009년 아이폰 부문 최고의 롤플레잉게임(RPG)으로 선정됐으며, 영국의 포켓게이머라는 사이트는 ‘2010년 기대되는 아이폰게임 10선’에 ‘제노니아2’를 선정한 바 있다. 게임빌은 또 ‘베이스볼 슈퍼스타즈 2009’로 지난해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유료게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컴투스 역시 애플 앱스토어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노티아 연대기’와 후속작인 ‘이노티아 연대기2’는 앱스토어 유료게임 롤플레잉게임(RPG) 장르 1위에 올랐으며, ‘홈런배틀 3D’는 IGN이 선정한 ‘2009년 최고의 아이폰용 스포츠게임’으로 선정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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