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플랜트 산업에서 풍력발전 부품으로, 최근에는 원전설비 특수까지 잉곳(단조소재)의 수요는 활짝 열려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과 함께 스테인리스 특수강 등 고품질 잉곳 생산 설비를 확충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합니다. 가만, 그런데 이거 혹시 공시위반 아닌가요.”
2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자유형 잉곳 전문기업 HDCS의 임윤용 사장. 경남 함안의 HDCS 공장을 찾았을 때 그는 매출 1000억원 이상에 관련 자회사를 여럿 거느린 어엿한 중견기업 사장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유니폼에 작업용 신발인 안전화를 신고 증권사 직원과 상담 중이었다.
임 사장은 “평생을 주물쟁이로 살아왔다. 회사는 많이 달라졌고, 앞으로도 변화하고 발전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작업복 차림으로 매일 같이 현장을 둘러보지 않으면 어색하다”고 말했다.
1998년 IMF 당시 그가 우여곡절 끝에 인수해 현재 코스닥 상장에까지 이른 HDCS는 국내 굴지의 중공업 및 대표적인 풍력발전부품 전문기업 등을 고객사로 확보한 국내 최고의 잉곳 전문 개발·생산 기업이다. 설립 초기 비교적 간단한 주강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HDCS는 지난 2003년 당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고부가가치 잉곳의 개발·생산에 뛰어든다. 전자제품으로 치면 라디오를 만들던 기업이 TV를 만들겠다고 뛰어든 격이다. 주변에서는 설비도, 인력도 없이 어떻게 잉곳을 만들 수 있겠냐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는 ‘한번 해보자, 할 수 있다,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주문을 맡겨줄 거래처를 찾아다녔고, 해외까지 뒤져 일본서 중고 설비를 들여왔다. 또 퇴직한 잉곳 전문 기술자를 영입해 결국 외산보다 더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상황을 두고 그는 “설비가 필요하니 마침 일본에 중고 설비가 있고, 인력을 필요로 하니 풍부한 노하우를 갖춘 퇴직 인력이 있더군요”라며 “일이 되려니 술술 풀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과정 하나하나의 실현 배경에는 임 사장의 ‘한 번 해보자’는 열정과 결단력이 깔려 있다.
생산도 하기 전에 ‘만들어 보이겠다’는 믿음을 고객사에 심어줬다. 육중한 설비를 일본에서 공수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임직원을 독려해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뭉치게 만든 것은 임용윤 사장이 발휘한 어떤 능력보다도 빼어난 것이었다.
2008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코스닥 상장을 눈 앞에 둔 지금. 과거와 달리 주변에서는 직원 임금도 못 주고, 재료조차 구하지 못하던 기업을 어떻게 그리 빠르게 안정적으로 일으켰는지를 다시 묻는다. 쓰러져가는 기업을 상장사로까지 이끈 임윤용 사장에게 주목하는 이유다.
함안(경남)=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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