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회복…투자도 기지개 켠다

작년보다 50% 안팎수준으로 대폭 늘어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0년 주요 반도체 기업 설비투자 계획

전세계 반도체 경기가 뚜렷하게 살아나면서 올해 설비 투자도 오랜만에 본격적인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반도체 장비 시장이 어느 정도 반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여전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주요 반도체 소자 업체들 가운데 신규 팹을 투자하는 곳은 없는 대신 보완 투자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25일 해외 시장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는 작년보다 50% 안팎 수준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IC인사이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소자 업체들이 지난해에 비해 45%나 급증한 369억8500만달러(약 42조5000억원)의 설비 투자를 집행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와 가트너는 올해 반도체 장비 시장이 작년보다 53%나 급성장한 245억달러(약 28조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2일에는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가 올해 반도체 장비 시장이 지난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전년 대비 46.8% 가량 회복세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 상황이었던 지난해 1분기 전세계 반도체 업계의 공장 가동률은 48%로 급락했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80%대 수준으로 회복했다. 경기 회복과 가동률 상승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업계가 공장 증설에 나설 때가 왔다는 뜻이다.

렌 젤리넥 아이서플라이 책임연구원은 “반도체 업계는 생산 능력을 본격 확충하겠다는 (투자) 결정을 할 시점에 왔다”면서 “이는 곧 반도체 장비의 실질적인 구매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를 그대로 반영한 것일 뿐, 실제 장비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시장분석 전문업체인 인포메이션네트워크는 올해 신규 팹 신증설이 없는 상황에서 장비 시장의 성장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 로버트 카스텔라노 대표는 “신규 팹은 물론이고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가 없는 올해 장비 시장이 50%나 신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반도체 소자 시장의 매출 성장세는 GDP 등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추이를 걷지만, 장비 시장은 지난 2001년 경기 침체기 이후 동조화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토퍼 데인리 JP모건증권 애널리스트도 올해 반도체 시장의 주요 이슈에 대한 전망을 통해 비록 소자 업체들의 설비 투자가 늘더라도 장비 업계의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티그룹은 최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전세계 7개 주요 장비 업체들의 주가가 향후 3∼6개월 새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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