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 포커스] 보행자 보호 안전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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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되는 법규 따라 보행자 안전 확보에도 고심

유럽연합(EU)은 지난 해 말부터 새로 출시되는 신차들에 대해 브레이크 어시스트(Brake Assist) 시스템의 적용을 의무화했다. 브레이크 어시스트란 운전자의 급제동 조작 시 모자라는 조작 힘을 자동차 스스로 보완해주는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급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시스템이 이를 감지해 위급한 상황으로 간주하고 제동장치에 가해지는 압력을 신속하게 높여 운전자의 조작 힘이 충분치 못하더라도 급격한 감속이 가능하게 해준다.

EU가 제동거리를 단축 시키고 충돌사고를 경감시키는 이 장치를 의무화한 이유는 특히 보행자 사고 감소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EU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브레이크 어시스트가 유럽의 모든 차에 적용될 경우 치명적인 보행자 사고를 매년 1100건씩 줄일 수 있다. EU는 브레이크 어시스트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범퍼나 전방 보호시스템 등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날로 까다로워지는 각국의 보행자 보호관련 의무 법규는 새로 출시되는 차들의 디자인과 설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령 요즘 차들의 보닛부분이 불룩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보행자 보호와 관련이 깊다. 보행자가 차에 부딪혀 보닛부분으로 넘어질 경우 충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차체 안쪽의 단단한 부속과의 사이에 일정 공간을 확보해 두는 것이다.

스포츠카처럼 날렵한 외관이 중요시되는 차량의 경우에는 보닛을 불룩하게 만들어 스타일을 망치는 방법 대신 첨단 기술을 동원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시판중인 재규어XK가 좋은 예로, 이 차는 보행자 사고 발생시 보닛이 바깥쪽으로 튀어 올라 충격 흡수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한다. 더 나아가 앞유리와 기둥 부근에서 팽창하는 보행자 보호용 외부 에어백도 연구되어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출시된 국산 신차들도 보행자 보호 부분에 대해 예전과는 다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 쏘나타는 보닛에 충격에너지를 골고루 분산시키는 멀티콘 형상의 내부골조를 적용해서 보행자의 상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기아 K7은 보행자가 차량 앞 부분으로 떨어질 경우 가해질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닛을 설계했고 보행자의 하반신에 가해질 충격을 최대한 감소시킬 수 있도록 차량 앞 부분을 곡선화했다. 범퍼 안쪽에는 보행자의 무릎 꺾임을 최소화해주는 보강재를 적용했다. 르노삼성의 뉴 SM5는 국내 최초로 중형차급에 보행자 안전을 배려한 알루미늄 보닛을 적용했다. 이 알루미늄 보닛은 내판을 일자형 빔 구조로 설계해서 보행자 충격 시 강성 분산에 의해 상해치가 저감 되므로 보행자 보호에 유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부터 국토해양부 주관으로 신차안전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그 중 보행자 안전성에 대한 부분은 2007년부터 시험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 해까지의 종합 평가 결과를 보면 차 안에 탑승한 승객의 안전도는 예전보다 크게 향상된 반면 보행자 안전성 부분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매년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각 자동차회사들이 밝힌 대로 보행자 보호를 고려한 디자인과 설계가 제 역할을 해낸다면 올해 신차안전도 평가에서는 예년과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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