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특허 분쟁을 벌여온 미국 반도체 기술업체인 램버스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램버스에 5년간 총 7억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반도체 전 제품 관련 특허기술을 사용하는 내용의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계약에 따라 램버스에 선급금으로 2억달러를 주고, 앞으로 5년간 매 분기 2500만달러를 지급한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램버스 발행 신주를 총 2억달러에 인수, 8%의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램버스 측에 지급하는 금액은 지분 투자를 포함해 총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5년에 다시 라이선스 계약을 한다.
두 회사는 이번 합의로 그간 진행해온 특허 관련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캐나다 메모리반도체 지식재산(IP) 전문업체인 모사이드와 특허 사용 계약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양사는 또 모사이드의 ‘HL낸드’ 아키텍처를 활용한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모사이드는 삼성전자에서 주요 반도체 특허들을 사들이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특정 특허들에 한해 이달부터 향후 5년간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모사이드도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반도체·회로·구동 기술 특허에 역시 일정 금액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2004년까지 램버스와 계약하고 램버스의 독자 메모리 반도체인 램버스 D램 기술을 사용해왔으나 DDR 기술이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규격임을 들어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램버스는 2005년 6월 삼성 측이 판매해온 DDR 제품이 자사의 특허 18건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반도체업체의 담합으로 피해를 봤다며 별도의 소송도 걸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램버스의 저전력 메모리 기술과 향후 성장성을 높이 보고 협력을 통한 기술적 혁신과 성장을 위해 지분을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당초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겠다는 방침을 바꿔 합의를 한 것은 실효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함께 램버스에 피소됐던 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미 연방법원으로부터 3억9700만달러의 배상금 지급과 함께 2010년 4월 18일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SDR D램과 DDR D램에 각각 1%와 4.25%의 로열티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받고 항소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법정다툼에서 지게 되면 더 많은 금액의 배상금이 청구될 수 있는 만큼 합의를 거쳐 지급 금액을 낮추는 한편 향후 협력의 길을 터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항소는 당분간 지켜보겠지만 삼성전자의 합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며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혀 합의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유형준·서한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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