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Global Issue -2010년 미국 소매금융 시장 변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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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금융위기는 이제 끝났을까? 금융 소비자들의 선택만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가트너는 2010년 시중은행들이 격변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 변화는 소매금융 시장에서 개인 고객들이 대안을 찾고 있는 데서 출발한다. 또 X세대, Y세대 고객의 행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형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P2P 렌딩을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 신용조합 등 소규모 금융기업, 금융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그리고 통신사에 소매금융 시장을 상당 부분 내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0년 시중은행은 △모바일 뱅킹 △외부 서비스 업체에 의한 금융계좌통합관리 △신용조합과 소규모 금융기업들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모바일 뱅킹, 조연에서 주역으로 발탁=휴대폰이나 스마트폰으로 인한 비즈니스와 일상 생활의 변화는 이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은행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앞으로의 모바일 뱅킹은 지금까지와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가트너는 모바일 뱅킹을 더 이상 인터넷 뱅킹의 아류나 보조적 존재로 여기지 말라고 경고한다. 모바일 뱅킹 서비스에 대응하지 못하는 은행은 소매금융 시장을 잠식당할 것이며 그로 인해 주 타깃 고객 설정과 전략을 새로이 마련하고 비용까지 중복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트너 전망에 따르면 2015년 경 은행의 소매금융 고객 10%가 완벽한 모바일 뱅킹 사용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 10%의 모바일 뱅킹 사용자들은 금융 거래 일부에 휴대폰을 이용하는 사용자란 뜻이 아니다. 현재 은행이 제공하는 모든 은행 업무, 최소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은행 업무 전부를 모바일 기기, 즉 휴대폰으로만 처리하는 사용자를 말한다.

 모바일 뱅킹 사용자는 북미와 서유럽뿐 아니라 아태지역, 남미까지 지역을 구별하지 않고 확산될 전망이다. 가트너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꼽고 있다. 우선 첫번째는 휴대폰 보급률이다. 휴대폰 보급률은 PC 보급률을 바짝 뒤쫓고 있거나 넘어서고 있다. 국내만 해도 2009년 기준 4800만대, 거의 1인 1휴대폰이 지급되고 있다. 가트너는 “PC 보급률이 낮은 신흥지역에서도 휴대폰은 빠른 속도로 보급 확산되고 있다”며 인터넷 보급률과 휴대폰 보급률이 동반 상승하면서 휴대폰이 웹 기반 온라인 뱅킹의 접속 도구로 PC나 노트북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모바일 뱅킹이 성장할수록 인터넷 뱅킹 웹사이트는 은행계좌 아닌 외부로의 송금 시에만 주로 이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가트너가 모바일 뱅킹의 급성장을 점치는 두 번째 이유는 젊은 금융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1968년 전후로 태어난 X세대, 그리고 1980년대에 출생한 Y세대는 문자메시지(SMS)를 포함해 인터넷 접속 등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2009년 가트너의 금융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할 의향이 있다는 사람은 설문 대상의 약 15%였다. 하지만 베이비 붐 이전 세대가 5%, 베이비 붐 세대는 11%인 것에 비해 X세대는 18%, Y세대는 21%로 3∼4배 이상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들은 금융거래 모니터링에 사용되는 SMS도 친숙히 여기며 전화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잠재적 경쟁자로 통신사 부상=모바일 뱅킹의 성장은 기존 시중은행들이 소매금융에서 새로운 경쟁자들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미 신용조합(Credit Union), 온라인 사이트(P2P 개인 경매대출) 등 소매금융 시장에서 은행을 위협하는 경쟁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모바일 뱅킹의 확산은 통신 서비스 사업자 또한 시중은행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가트너는 전망하고 있다.

 가트너의 스테사 코헨 분석가는 “웹 기반 금융거래를 위해 휴대폰 사용을 선호하는 젊은 금융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통신사 브랜드의 모바일 뱅킹으로 사용자들이 이동할 수 있으며 통신사들은 곧 소매금융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북미지역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취업 또는 이민을 목적으로 유입되는 많은 외국인들에겐 통신 서비스 기반의 금융업무가 더 편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금융위기의 진원지라는 부정적 인식, 새로운 경쟁자 출현 등으로 소매금융 시장에서 시중은행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뱅킹을 핵심 서비스로 고려하지 않을 경우 은행은 소매금융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고수익 고객 중심의 사업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모든 범위의 은행 서비스, 즉 계좌신설, 신용관리 등 모든 금융 관련 기능과 업무를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제 전통적인 온라인 뱅킹으로는 금융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만족시킬 수 없다. 가트너는 은행들이 앞으로 모바일 소매금융 솔루션 개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선불결제 등과 같이 다른 채널로는 제공하지 못하는 모바일 뱅킹 고유 서비스와 기능은 물론, 계좌신설과 대출금상환, 인증 등 다른 채널로 제공되는 은행 서비스를 전부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12∼18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가트너의 지적이다.

 ◇계좌통합관리 서비스에 대한 고객 요구 증가=시중은행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은 모바일 뱅킹뿐만 아니다. 금융 관련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의 성장 또한 시중은행에 대한 소매금융 고객들의 충성도를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주도하는 것은 역시 젊은 금융 소비자들이다.

 이미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가 금융 업무를 접목해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가 통합계좌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대부분이 계좌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가트너는 향후 개인 고객들은 이 서비스를 더 선호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의 2008년 하반기 온라인 뱅킹 사용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은 단 3.6%로 보고됐지만 이 서비스 사이트의 성장률이 연간 50%를 웃돌고 있다. 2012년 경이면 미국 온라인 뱅킹 사용자의 25%, 즉 4명 중 1명이 특정 은행이 아닌 제 3의 외부업체가 제공하는 금융계좌 통합관리 서비스를 사용할 것이라는 게 가트너의 전망이다.

 인투이트(Intuit), Jwaala, Wesabe 등 금융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는 개인자산관리와 소셜 네트워킹을 한 웹사이트에 통합했다. Wesabe의 경우 계좌 모니터링과 예산관리에 고객 네트워크를 추가해 사용자 간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상호 자산관리 정보를 공유하면서 금융거래나 재테크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트너는 “은행의 전통적인 온라인 뱅킹 시스템과 금융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의 통합/맞춤형 금융 관리 툴이 공존할 것”이며 “금융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가 성장하고 있다고 해서 은행을 당장 위협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은행은 차기 온라인 뱅킹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서 금융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통합계좌관리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비즈니스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대형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내부적으로 통합계좌관리 기능을 포함시켜야 하며,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터 기반의 금융상품, 즉 데이터마이닝을 사용하는 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은행 및 금융 서비스 기업들은 서드파티 업체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 가트너는 “은행에서 관련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들이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인지도가 낮은 온라인 서비스 업체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은행에서 관련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으로 말했다.

 ◇신용조합 등 소규모 금융기업 성장=모바일 뱅킹, 금융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는 은행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진 않는다. 그러나 신용조합과 지역맞춤형은행 등 소규모 금융업체들이 소매금융에서 은행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경이면 북미와 서유럽 소매금융의 예금, 대출 시장을 10%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북미 시중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와 만족도는 낮은 상태다. 2009년 7월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뮤센 리포트(Rasmussen Reports)는 미국인 51%가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신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2009년 4월 조사에서는 46%였다. 또 소비자들은 시중은행을 이용하면서 겪는 불쾌한 경험을 토로하고 있다. 한 예로 미국에서는 은행의 실수에 대해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에 불만을 게재하면 해당 은행은 이 소비자의 거래계좌를 중단시킬 수 있다.

 시중 대형은행에 대한 개인 고객들의 불신, 불만과 함께 주택금융조합, 신용조합, 협동조합, 지역맞춤형은행(마을금고)의 성장세는 신규 가입자, 예금과 대출 등 여러 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나 고객센터에 대한 노력도 은행과 다를 바 없다. 이들 소규모 금융기업들 또한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은행만큼 화려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온라인 뱅킹 업무가 가능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콜센터와 지점도 구비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온라인 액세스와 전화/대면 업무 모두 가능하다. 게다가 금융거래 수수료는 은행보다 저렴하다.

 가트너는 은행이 신용조합이나 마을금고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소매금융 고객 중 고수익 고객을 은행에 남기고 저수익 고객들을 신용조합이나 마을금고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신용조합과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새롭게 만드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이런 상품은 공통의 관심사와 요구를 갖고 있는 특정 고객 그룹에 어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형 은행들은 소셜 미디어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특히 IT 및 비즈니스의 전략 임원들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도록 은행이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IT 임원과 비즈니스 임원이 직접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봄으로써 금융소비자들의 서비스 이용 환경 변화와 행태를 몸으로 느껴보라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의 조사와 분석 툴을 사용해 당행에 대한 개인 고객들의 정서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소셜 미디어에 게재된 개인들의 경험담을 수집하고 분석, 체계화해 은행을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 알 수 있다. 가트너는 “이 정보를 활용해 은행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증진시키고 고객이 겪는 문제를 파악하며, 새로운 금융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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