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 또다른코리아의힘] <1>되돌아본 저탄소 녹색성장 (1)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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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최흥진 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대응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9년 발표된 녹색관련 정책

저탄소와 녹색성장. 얼핏보면 비슷해도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저탄소는 말 그대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고, 녹색성장은 성장은 하되 녹색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성장시대에는 그저 경제라는 한 마리 토끼만 잡으면 됐다. 녹색성장시대에서는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정부에서도 이를 위해 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하고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마련했다. 또 녹색성장 국가전략 5개년 계획과 녹색뉴딜 정책·그린에너지로드맵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녹색성장을 견인하고, 녹색관련 예산도 대폭 늘려 민간 부문의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했다. 지난 한햇동안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정부가 구축한 기본 인프라를 조직·법·정책·예산 등 부문별로 정리해 본다.

◇조직=정부는 각 부처별로 쏟아져 나오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교통정리를 위해 지난해 2월 녹색성장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녹색성장위원회는 기존 기후변화대책위원회와 국가에너지위원회,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통합한 것으로 지난 2월 16일 1차 회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녹색위는 국무총리와 김형국 서울대 교수(민간 위원장)가 공동위원장이며 민간위원 30명과 당연직 위원 18명으로 구성됐다. 사무국으로 녹색성장기획단을 두고 있으며, 민간과의 소통을 위해 △산업협의체 △과학기술협의체 △금융협의체 △생활협의체 △그린IT협의체 등 5개 민간협의체를 구성했다.

녹색위는 설립 목적대로 지난 한햇동안 우리나라의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체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근간을 이루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과 녹색성장 국가전략 추진방안 등을 1차 회의에서 보고했고 2차 회의에서는 4대강 살리기를 들고 나왔다. 중점녹색기술개발과 상용화 전략로드맵(안)과 그린IT 국가전략(안), 녹색기술표준화전략(안)은 3차 회의 때 보고했다.

4차 회의에서는 대표적 녹색정책인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녹색성장 5개년 계획, 녹색투자 활성화를 위한 자금유입체계 구축 방안을 주로 논의했다. 최근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녹색위가 민간 전문가 집단과 몇 개월 동안 연구한 작품이다.

녹색성장기획단은 위원회의 업무 지원을 위한 조직으로 민·관 공동으로 총 5개팀 1개 태스크포스로 구성했다. 녹색성장정책 추진전략 수립 및 부처별 정책 조정이나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별로는 녹색성장책임관(CGO)을 지정, 정부 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정책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도록 중앙행정기관간 기획조정협의회를 수시로 운영,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지자체·학계·경제계·시민단체·문화계 등을 망라하는 지방 녹색성장위원회를 광역 지자체별로 구성, 녹색성장이 지자체에도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했다.

◇법=저탄소 녹색성장 추진체계가 녹색성장위원회라면, 녹색성장의 기본 틀은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이다. 저탄소 녹색성장관련 모든 법안 중 최상위법이다.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은 저탄소 녹색성장 관련한 기존 법들의 통합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녹색성장위원회 주도로 지난2008년 12월 기본법안이 마련됐다. 이후 작년 2월 16일 첫 녹색성장위원회 회의를 열고 법안을 확정한 후 2월 말에 국회에 제출됐다.

주요 내용은 녹색경제·녹색산업의 창출 및 단계적 전환촉진, 녹색산업투자회사설립, 기후변화에너지 목표관리제도입,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 도입, 녹색국토조성, 저탄소 교통체계 구축 등이다. 정부는 법안 마련에 앞서 2차례의 공청회, 5차례의 산업계 간담회를 여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가장 기본이 되는 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작년 1월 녹색성장기본법을 녹색성장위워회 위원장 명의로 최초 입법예고한데 이어 2월 16일 국무총리 명의로 재입법예고 했다.

녹색성장기획단에 따르면 똑같은 법안을 다시 입법예고한 이유가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내용을 조금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입법예고 한 이후 환경단체로부터 “입법예고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녹색성장위원회가 입법예고를 한 것은 법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무효”라는 비판을 받아서다.

입법예고안 중 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법안 통과 후 설치될 위원회가 법안의 제정을 입법예고 한 것은 편법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두 번째 입법 예고도 법적 하자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국회에 제출한 지 10개월이 되도록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지 1년 4개월이 넘었지만 기본법령 조차 갖추지 못한 형국이었다.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이명박 대통령의 2010년 예산안 시정 연설에서 국회에 계류된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지만 정치적인 문제와 연계돼 있어 조속한 처리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정책=정부가 마련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정책은 녹색성장 국가전략이라 할 수 있다. 2020년까지 세계 7대, 2050년까지 세계 5대 녹색강국 진입이 목표다. 정부는 이를 위해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녹색성장 분야에 매년 GDP의 2%수준으로 총 107조원을 투입, 182조원∼206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도모하고 156만명∼181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녹색성장 국가전략을 보면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자립과 신성장동력 창출 △신성장동력 창출 △삶의 질 개선과 국가위상 강화를 3대 추진전략으로 내세우고 분야별 10대 정책과제를 수립했다.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한 최상위 국가계획으로 국가 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연도별 달성목표·투자계획·수행주체 등 실행방안 구체화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 아래 정책 방향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녹색금융·자동차 연비·폐자원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화 등 녹색성장 주요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급하게 서두르는 점도 없지는 않지만 정책 과제별로 하나씩 이뤄가고 있는 모습이다. 2009년 내 국가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다는 계획은 이미 실현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에너지 효율화와 수요관리 강화를 위해 에너지목표관리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던 계획도 지난해 12월, 38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에너지목표관리제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하면서 실행에 옮겼다.

녹색위는 이와 함께 현재 중앙·지방 녹색성장 추진계획을 수립 중이다. 앞으로 각 부처·지자체에서는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과 일관성 있게 별도 추진계획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며, 지난 8월 중앙부처 및 시·도에 추진계획 작성지침을 하달했다.

◇예산=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하면서 드는 예산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예전엔 ‘억’소리가 났다면 이젠 ‘조’단위다. 예산 단위가 커진 것은 물론이고 쓰임새도 많아졌다.

정부는 2009년부터 5년간 녹색성장 국가전략 추진을 위해 107조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2% 수준으로 연평균 10.2%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련 재정 소요액을 2009년∼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예산편성 과정에 반영키로 했다.

지난해부터 2012년까지 계획된 녹색뉴딜 사업에는 9대 분야 36개 사업에 약 54조원이 들어간다. 지난해 반영된 것만 6조원이 넘는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그린IT 국가전략과 녹색기술상용화 전략에 따르면 오는 2012∼1013년까지 1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린 IT 국가전략에는 2013년까지 4조3445억원이 책정돼 있으며, 27대 중점 녹색기술에는 2012년까지 8조4000억원이 들어간다.

관련 분야에 대한 지난해 정부 연구개발(R&D) 투자만 1조9500억원에 이른다. 부처별로는 지식경제부가 8948억원으로 전체의 45.8%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 4944억원(25.3%), 국토해양부 2223억원(11.4%), 환경부 1654억원(8.5%) 순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와 함께 태양광과 풍력·수소 연료전지·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및 이용 기자재 31개를 지난해 9월 23일부터 관세 50% 감면대상으로 지정, 108억원 가량의 부담을 줄였다.

문제는 과연 이 많은 재원을 어디서 충당하느냐다. 결국은 국민의 세금에서 채워야하고 민간의 자본도 끌어들여야 한다.

성장에 치우친 예산 편성은 복지예산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새해 예산안을 보면 의료급여 예산의 경우 실제 지출하기로 한 예산이 2009년에 비해 104억원 줄었다.

주 소득자가 질병 등으로 갑작스럽게 소득을 상실해 위기 상황에 처한 가구에 생계와 의료·주거·연료비·전기요금 등의 복지를 제공하는 긴급복지 지원 예산도 1004억원이나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마련된 의료안전망 구축 예산은 보건복지부에서 622억원을 신청했으나 정부 최종안에서는 0원으로 전액 삭감됐다.

◆기후변화, 우리의 대응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7일 국무회의에서 202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당초 3개 시나리오 중 가장 높은 수준인 ‘배출전망치 (BAU)대비 30% 감축’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코펜하겐 회담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자발적으로 국가 감축목표를 발표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노력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의 도전적인 목표가 우리의 국격과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구체적인 감축 목표는 지난 1년여 간의 노력을 통해 얻어진 중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가장 높은 수준이라 산업계의 불만도 만지만 반대로 환경단체에서는 오히려 목표가 너무 낮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코펜하겐 합의문이 교토의정서의 의무감축국과 비의무감축국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산업계가 우려해왔던 우리나라의 의무감축국으로의 신규 편입 가능성은 낮아진 게 사실이다. 총회에서 일부 개도국들의 반대로 합의문 채택(adopt)에 실패하고, 포스트-교토 체제에 대한 기후변화협상은 1년 더 연장됐다. 우리나라는 중기감축목표를 합의문에 따라 1월말까지 자발적으로 등록하게 된다.

이제 문제는 얼마나 줄이냐 보다는 어떻게 줄이냐는 방법론적인 문제로 귀결됐다. 대부분의 국가들도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찬성하고 있지만,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경제성장을 고려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에 정부는 우선적으로 의무감축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최대한 막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MB정부가 내세운 친기업 정책에 맞게 산업계에 유리한 쪽으로 기후변화협상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향후 협상에서도 지식경제부는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익에 부합하는 협상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의무감축국 신규 편입 가능성을 차단하고 우리나라 산업계에 유리한 새로운 시장메커니즘 조성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주문정 팀장 green@etnews.co.kr 유창선, 함봉균, 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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