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전 산업군을 통틀어 정보화 투자 규모가 가장 큰 산업으로 손꼽힌다. 더욱이 금융IT는 제조나 유통·물류 등의 산업과 달리 개방된 시장이다. 제조 등의 산업에서 추진되는 정보화 프로젝트는 대부분 해당 기업의 IT계열사가 수행하지만 금융권은 제3의 IT기업들이 공개 경쟁을 거쳐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IT업체가 금융IT 시장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은행의 IT투자 규모와 투자 내역은 IT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총 4조원대에 이르는 금융IT 투자 규모 중 절반 이상이 10여개의 은행으로부터 나온다. CIO BIZ+가 국내 주요 13개 은행을 대상으로 2010년 IT예산과 주요 IT프로젝트를 알아본 결과, 올해 은행권의 IT투자는 2조2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도 은행권 전체 IT예산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약 2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초 CIO BIZ+ 조사에 의하면 2009년 금융IT 예산은 2조205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그러나 일부 은행이 차세대 시스템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올해로 미뤄 실제로 2009년 집행 IT예산은 2조원에 못 미쳤고, 올해 은행권 IT예산은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났다.
최근 CIO BIZ+가 농협·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기업·산업·대구·부산·경남·광주·수협은행의 국내 주요 13개 은행을 대상으로 2010년 IT예산을 조사한 결과 이들 은행의 총 IT예산은 2조228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신규 투자예산으로 분류되는 자본예산은 1조580억원으로 전체 의 절반 규모다. 반면에 지난 2009년 실제로 집행된 IT예산은 1조9795억원이다. 이 중 8470억원이 자본예산이었다. 이번 조사에 응한 대부분의 은행은 아직 2010년 IT예산을 최종 확정한 상태가 아니어서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농협·국민은행, 올해 IT예산 4000억원 넘어=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IT예산을 책정한 곳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협이다. 농협은 자본예산 1000억원, 경비예산 3300억원 총 4300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에도 농협은 당초 자본예산 1672억원, 경비예산 2700억원 총 4372억원을 IT예산으로 책정해 은행권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 실제로 집행된 IT예산은 4500억원 규모다.
농협에 이어 IT예산 규모가 큰 곳은 국민은행이다. 오는 2월 차세대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국민은행은 2010년 IT예산으로 총 4000억원을 잠정적으로 책정한 상태다. 이 중 1500억원이 자본예산으로, 2500억원이 경비예산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2010년 IT예산은 지난해 초 수립한 2009년 IT예산인 약 3000억원(자본 1000억원·경비 2000억원)보다 무려 1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실제로 집행된 예산 규모는 3300억원이다.
IT계열사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에서 토털 IT아웃소싱을 시행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2010년 IT예산으로 자본예산 500억원, 경비예산 2500억원 총 3000억원을 책정했다. 우리은행은 토털 IT아웃소싱을 하고 있어 다른 은행과 달리 경비예산이 대부분이다. 이는 아웃소싱 비용이 경비예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초 2009년 IT예산으로 2338억원을 수립했고 실제로 집행한 IT예산은 2480억원이다.
기업은행도 2009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2010년 IT예산을 수립했다. 기업은행 2010년 IT예산은 자본예산 1700억원, 경비예산 800억원 총 2500억원 규모다. 이는 2009년 IT예산 2370억원보다 다소 늘었다. 하지만 실제 집행한 IT예산인 1380억원보다는 큰 폭으로 늘어난 규모다. 이처럼 2010년 IT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 진행된 주요 IT프로젝트 비용들이 올해 지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자본예산 1300억원, 경비예산 950억원 총 2250억원을 2010년 IT예산으로 설정했다. 이는 2009년 IT예산 2700억원보다는 줄어든 규모지만 실제 집행된 2009년 IT예산인 1360억원(자본예산 640억원, 경비예산 720억원)보다는 상당히 늘어난 규모다. 이처럼 2009년 IT예산이 연초 수립한 규모보다 많이 줄어든 이유는 당초 추진하려 했던 IT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올해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올해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하나은행은 자본예산 1400억원, 경비예산 600억원 총 2000억원을 2010년 IT예산으로 수립했다. 하나은행이 책정한 2010년 IT예산은 2009년 IT예산인 3100억원이나, 실제로 집행한 IT예산인 3200억원보다 30% 이상이 줄어든 규모다. 이는 차세대 프로젝트 완료로 더 이상 대규모 IT프로젝트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아직 재무파트에서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IT예산으로 자본예산 800억원, 경비예산 800억원 총 1600억원을 IT본부 차원에서 확정했다. 이는 2009년 IT예산인 1500억원과 실제 집행된 14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외환은행은 과거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한 이후 이렇다 할 대규모 IT프로젝트 없이 현업 대응 중심으로 IT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지난해 산은금융지주를 출범시킨 산업은행도 금융그룹 차원의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예산이 대폭 증가했다. 올해 책정된 IT예산은 자본예산 600억원, 경비예산 300억원 총 900억원이다. 이는 2009년 IT예산 700억원이나 실제 집행된 525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지난 2009년 하반기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본격화 한 수협은행이 올해 IT예산을 2배로 늘렸다. 수협은행의 2010년 IT예산은 자본예산 400억원, 경비예산 400억원 총 800억원 규모다. 수협의 2009년 IT예산은 230억원, 실제 집행된 금액은 450억원이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올해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도 올해 IT예산을 큰 폭으로 늘렸다. 부산은행은 자본예산 450억원, 경비예산 170억원으로 총 620억원을 대구은행은 자본예산 500억원, 경비예산 150억원으로 총 650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2009년 실제 집행된 IT예산인 290억원과 320억원에 비해 각각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경남은행은 자본예산 280억원, 경비예산 400억원 총 680억원을 광주은행은 자본예산 150억원, 경비예산 350억원 총 500억원을 2010년 IT예산으로 책정했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비즈니스 환경 변화 대응=일부 은행이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지만 올해 은행권에서 추진될 주요 과제 중 대형 프로젝트는 드물다. 특히 규제준수 대응을 위한 국제회계기준(IFRS) 프로젝트가 모두 지난해나 올해 초 완료됐거나 완료될 예정이어서 신규 IT프로젝트는 현업의 요구사항이나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들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올해 가장 많은 IT예산을 책정한 농협은 IFRS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농협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IFRS 적용을 3년 유예받은 상태여서 IFRS 시스템 구축이 타 은행보다 늦다. 이와 함께 보험 차세대 시스템인 신보험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두 프로젝트는 각각 오는 6월과 7월에 착수돼 1년여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무엇보다도 오는 2월 가동 예정인 차세대 시스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한 이후에도 상당 기간은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착수한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와 IFRS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도 꾸준히 진행해 각각 오는 11월과 5월에 완료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약 300억원 규모로 추진되는 카드IT 시스템 재구축 작업을 본격화한다. 또 기존의 잠실전산센터에 있는 정보 시스템을 상암동 IT센터로 이전하는 작업도 지난해에 이어 진행한다. 우리은행의 정보 시스템 이전은 오는 2월 완료된다. 지리정보를 활용한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 지리적 고객관계관리(G-CRM)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기업은행은 기존에 메인프레임 환경으로 구축돼 있는 대외계 시스템을 개방형 환경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지난 2008년 시작된 서버 통합 작업 2단계를 추진하고, 후처리 시스템 재구축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착수한 퇴직연금 시스템 2단계 프로젝트를 비롯해 모바일 스마트폰 뱅킹 시스템 구축, 종합 익스포저 및 신용위험 가중자산 관리 시스템 구축, 고객 종합자산 관리 시스템 업그레이드,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센터 집중 처리 업무 확대 개발, IT시스템관리(ITSM)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한다.
하나은행은 올해 자본시장통합 시스템 구축, 스토리지 통합 및 용량 증설, 자동화기기 신규 도입, 후선집중 추가 구축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착수한 IFRS 시스템 가동, 중국 현지법인 시스템 가동, 서버 통합 등이 올해 추진되는 대규모 IT프로젝트다. 이 외에 마케팅 역량 강화 측면에서 현업 대응에 주력할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고객정보 시스템 등 그룹 차원의 통합정보 시스템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다. 계정계 시스템 데이터베이스(DB) 업그레이드, IFRS 관련 후방 시스템 구축, 인터넷뱅킹 재구축 작업도 병행해 추진한다. 수협·대구·부산은행은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13개 주요 은행별 2010년 IT전략은 CIO BIZ+ 온라인사이트(www.ciobiz.co.kr)에서 연속 기사로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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