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로드맵, 정보화, 정통부….’
정부 부처에서 떠도는 이명박 정부에서 주요 금기어 목록 리스트다. 그간 이들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정권에 반기를 드는 것이고, 이쪽이 아닌 ‘저쪽’에 서는 길로 인식돼왔다.
현 정부 들어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 차원에서 불거진 ‘IT홀대론’은 분명 우리 산업계에 적잖은 생채기를 남겼다.
경제분석업체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니트(EIU)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IT경쟁력 평가지수’는 2007년 3위에서 2008년 8위, 2009년 16위로 잇따라 하락했다. 2005∼2007년 사이 줄곧 1위를 유지하던 ‘정보통신발전지수(IDI)’는 2008년 2위로 내려앉았고, e비즈니스 준비도(EIU), 글로벌경쟁력지수(WEF) 등도 모두 순위가 떨어졌다.
국가 IT 경쟁력은 물론이고, IT 강국의 자존심마저 무너졌다는 게 더욱 큰 문제다. ‘IT만큼은 내가 최고다, 코리아가 넘버원이다’는 이른바 ‘쟁이 근성’이 무시됐던 게 사실이다. 집권 초 연이은 ‘IT는 일자리를 계속 줄였습니다’라는 발언으로 업계의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2009년 중반 이후 이 같은 기류에 변화가 오고있다. 실제 정부의 ‘친IT 기류’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총 189조3000원(정부 14조1000억원, 민간 175조2000억원)을 투자해 IT융합·SW·주력 IT·방송통신·인터넷 등을 육성하는 ‘IT코리아 5대 전략’을 발표했다. 업계 건의를 받아들여 ‘IT특보’를 신설, 지난 9월 초 오해석 교수를 임명했다. 2010년 정보화 예산은 현 정부들어 처음 플러스로 반전됐다. 2.8% 증액한 2조783억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촉식에서 민간위원에게 일일이 임명장을 수여한 후 위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원회 활동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확실히 집권 초기와 달리, IT를 기반으로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은 타 산업과 융합되는 IT다. 그린IT가 그 예다. 이 대통령은 “정보화를 통한 녹색 성장은 저전력·저탄소로 전환하는 ‘Green of ICT’와 함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사회 각 분야의 그린화를 지원하는 ‘Green by ICT’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도 “IT는 녹색뉴딜, 휴먼뉴딜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며 “대표적인 그린 IT분야인 스마트그리드는 결국 IT와 전력망의 융합이다”고 말했다.또 “IT와 교통망의 융합에 해당하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도 IT가 에너지 절약과 저탄소 구현에 기여하는 분야”라며 “IT산업 활성화를 통해 녹색성장과 휴먼뉴딜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해에는 정부가 나서 변화된 이 같은 기류를 실제 정책으로 실천해야 한다. IT 5대 전략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정책기조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 정통부 해체 이후 중장기 원천기술 개발과 IT융합 관련한 제품 수출 지원, 정보통신 산업 리더십을 위한 중장기 목표 설정 등 중요한 정책 목표를 재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IT표준화작업 및 미래 정보통신 산업 발전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 계획을 위한 마스터 플랜도 중요하다. IT는 단일 사업으로도 중요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간절히 추진하는 녹색성장, 신성장을 이끌어내는 융합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중반기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 이제 대한민국의 성장판, IT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야할 시기다. 모든 산업은 IT로 융합한다는 글로벌 트렌드를 분석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왜 백악관 내에 CTO 제도를 만들었는지, 통신망 업그레이드 작업에 왜 나서는지를 정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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