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도, 지원도 바라지 않는다. 발목만 잡지 말아달라.’
세밑 통신업계가 정부와 국회를 향해 내는 목소리다. 근무일수 기준으로 채 일주일이 남지 않은 2009년. 올 한해 반드시 마침표를 찍어야할, 하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주요 통신정책과 법안들을 짚어본다.
◇주파수 할당 연기=당초 8월말, 늦어도 9월초로 예정됐던 주파수 할당 계획이 내년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통신사업자의 투자 유도와 국내 IT산업 활성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는 800㎒와 900㎒ 등 저대역 주파수을 비롯해 2.1㎓와 2.3㎓ 등에 대한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 계획을 확정했다. 방통위는 작년말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안에 800㎒와 900㎒ 대역의 저대역 주파수 할당을 통해 2013년까지 3조원의 통신망 투자 유발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방통위는 작년 2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할 당시, 공정위에서 제기한 ‘800㎒ 주파수 독점에 대한 로밍 필요성 문제’에 대해, 주파수 재배치를 추진해 이통시장의 경쟁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지난 10월 국감에서도 방통위는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이달 중 주파수 할당을 약속했다.
방통위가 와이브로 활성화의 묘안을 찾기 위해 주파수 할당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대역의 주파수가 나와야 투자가 활발해지고, 와이브로와 연계할 수 있는 수익 모델과 서비스도 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주파수 할당의 연기는 자칫 와이브로도 제대로 안되고, 통신업계 전반의 투자도 지연시키는 결과만 초래한다”며 “지금 할당되더라도 장비와 칩 개발, 단말기 수급 등 최소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소요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전파법 개정 지연=방통위는 작년 12월 전파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갖고 전파법 개정안을 의결해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키로 했다. 주파수 경매제란 이통 사업자가 보유한 800㎒과 900㎒ 등 주파수 대역을 타 이통 사업자에 경매로 재할당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역시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전파법 개정안 자체가 차일피일 미뤄져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지난 15일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주파수 경매제와 관련한 공청회를 열기로 결정하면서 경매제 도입을 두고 여야의 논란이 불거졌다.
한편, 이날 법안소위에 마지막 안건으로 올라 온 주파수 경매제와 관련한 ‘전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는 22일 오후 문방위 전체 회의실에서 ‘법안심사소위 전파법 개정안 공청회’를 가졌다.
◇010 번호통합정책도 가물가물=방통위는 지난 2004년 1월 010 번호통합정책을 시행하면서 전체 가입자의 80% 이상이 010으로 번호를 이동하면 강제통합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현재 010 가입자가 78% 정도 되는 상황에서 방통위는 올해 KISDI 용역을 통해 번호통합정책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정책의 방향성 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방통위는 3G 네트워크에서 착발신 모두 구식별번호를 사용하는 서비스를 암묵적으로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사실상 번호통합정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는고 있다는 지적이다.
◇USF 제도개선 차질=방통위는 지난 9월 말 보편적서비스 손실분담금(USF) 제도개선전담반을 출범, 공중전화·시내전화·선박무선전화 등 USF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한 ‘USF 산정 기준안’을 확정해 연내 국회에 제출키로 했으나 이 역시 갈피를 못잡고 있다.
특히 공중전화 적정대수 산정 등에서 보편적서비스 제공사업자와 손실분담사업자간 이견차 좁혀지지 않고, 방통위 역시 이들 사이에서 합리적 중재안을 내놓지 못내놓고 있다.
심규호·류경동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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