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자원전쟁 중이다. 15일 기준 국제유가는 북해산 브렌트유 71.50달러,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70.71달러, 그리고 국내 유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산 원유는 72.17달러로 마감됐다. 매일 아침 뉴스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국제유가 소식은 세계 경제동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물론 비산유국인 우리나라에는 경제 전반을 좌우하는 크나큰 외생 변수다.
지구의 유한한 자원을 놓고 벌이는 자원전쟁은 이제 원유를 넘어 광물 자원까지 번졌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기술을 구현할 자원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나라처럼 부존자원이 전무하다시피한 국가에서는 자원 확보가 산업 발전의 필요 조건이다. 특히 경제 발전의 견인차인 IT산업에 필요한 금속광물 중에서도 이른바 희소금속은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자급률 50%를 넘는 광물은 73.7%인 타이타늄이 유일하다. 내수 규모가 큰 8대 희소광물 중 타이타늄 외에 몰리브덴이 2.8%로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망간·니켈·코발트·크로뮴·텅스텐은 0(제로)%다. 지난 2008년 기준 희소금속 수입액은 130억달러로 5년 전인 2003년의 33억달러에 비해 4배나 증가했다. 이는 희소금속의 수요가 집중되는 IT산업 성장과 밀접한 관계 때문이다.
희소금속이 문제가 되는 것은 매장량이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전체 매장량의 80%가 미국·옛 소련·중국·호주·캐나다 상위 5개국에 집중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희소금속 비축목표를 60일로 설정하고 있으나 목표에 도달한 금속은 타이타늄과 인듐뿐이며 특히 내수 규모가 큰 실리콘·코발트·리튬은 30일에도 못 미쳐 국제 수급 동향이 불안할 때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대안이 도시광산 산업이다. 도시광산은 도시의 창고에 쌓인 컴퓨터·휴대폰·TV 등 전자폐기물에서 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추출해 재사용하는 것으로 자원이 부족한 일본에서 시작됐다. 지금 우리나라 IT산업은 일본과 중국이 직접 경쟁국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으며 중국은 희소금속 자원 부국이다. 특히 중국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중국은 아프리카 진출에 적극적이다. 여기에는 자국 상품의 판매처를 넘어 자국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자원 확보에 속내가 있다. 이미 앙골라·나이지리아·수단에서는 석유를, 잠비아에서는 구리, 가봉에서는 철광 분야에 상당한 투자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말 지식경제부는 2018년까지 10대 희소금속 핵심원천 기술 40개 개발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4일에는 서울시도 성동구 송정동에 폐가전에서 유용한 금속을 추출해 내는 SR(Seoul Resource)센터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연간 폐가전 3600톤과 폐휴대폰 60만대를 분해·파쇄해 희귀금속을 정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시광산은 산업 환경 변화에서 폐기물이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좋은 예다. 아울러 녹색성장에도 적합한 사업이다.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범국민 캠페인이 필요한 이유다.
홍승모 전자담당 sm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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