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 목적회사(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증권업계가 설립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SPAC는 공모를 통해 자금을 마련, 거래소에 상장한 뒤 3년 이내에 우량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M&A)해 투자수익을 챙기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다. 공모와 상장, M&A가 결합된 방식이다.
증권사로서는 투자은행(IB) 역량을 강화하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초 SPAC 상장 잇따를 듯=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과 동양종금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은 내년 초 SPAC 상장을 목표로 설립을 준비 중이다.
증권사별로 대부분 준비가 마무리된 상태여서 관련 법안이 발효되면 설립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SPAC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1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오는 1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관보에 게재되는 17~18일께 발효된다.
대우증권은 산업은행 등 6개 기관과 발기주주를 구성, 500억~1천억원 규모로 가칭 ’그린코리아SPAC’을 준비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2차전지 등 녹색성장 기업을 발굴해 인수한다.
우리투자증권은 M&A 컨설팅기업인 얼라이언스캐피탈파트너스, 벤처캐피털인 LB인베스트먼트와 함께 500억원 규모로 설립을 추진 중이다.
현대증권은 회계컨설팅사인 삼일PWC와 200억원 규모로 SPAC를 준비 중이다. 동양종금증권은 300억~500억원 규모로 추진하고 있으며 공제회ㆍ여신전문업체 등을 발기 설립합작사로 구성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모에 한 달 이상 소요되겠지만 페이퍼컴퍼니이기에 투자자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없으면 상장 심사는 상대적으로 빨리 진행된다”며 “내년 1분기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험난한 여정’…우량기업 M&A가 관건=SPAC의 유일한 목적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이다.
이르면 연말부터 SPAC 설립이 잇따르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얼마나 우량한 비상장기업을 발굴해 인수에 성공하는지가 관건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진행 과정에서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공모에서 얼마나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량기업을 발굴하더라도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M&A를 성사시키는 데에도 상당 시일이 소요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공모와 상장, 합병을 거쳐 수익을 낼지에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M&A가 이뤄지고 나서 장내에서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차익을 챙길 수 있다.
다만, 인수에 실패해도 투자금은 대부분 회수가 가능하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공모자금의 90% 이상이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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