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컨버전스-융합형 인간이 뜬다] (7)일본-JST와 융합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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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중순, 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도쿄 우에노공원의 도쿄예술대학 주락당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당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을 맞이한 것은 도쿄예술대학 부학장과 이화학연구소 이사.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 두 초대자가 곧이어 선보인 공연은 그야말로 이색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다. ‘미래를 여는 과학과 예술의 교차’로 명명된 이날 행사는 일본에서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과학과 예술, 인문학, 사회학 융합의 현주소를 생생히 보여줬다.

 ◇열도는 지금 거침없는 변혁 중=일본은 지금 그야말로 변혁의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얼마 전 일본 내 대표적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니후티’는 2009년을 상징하는 올해의 한자로 ‘변(變)’을 선택했다.

 54년 만에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메가톤급 정치 변혁이 이루어졌고 그에 따른 일본인들의 변화의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과학을 매개로 한 학문간 융합 현상도 전례없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특히 일본에서는 과학과 음악·미술 등 예술을 접목한 다양한 연구작업과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심포지엄과 공연, 이벤트가 풍성하게 펼쳐지고 있다. 연구실 안에서의 닫힌 프로젝트 대신 대중에게 열린 공간을 무대로 채택한 이러한 시도들은 일본 융합 연구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JST, 과학+예술 대중화 선도=과학을 중심으로 한 여타 학문의 융합 연구와 이벤트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곳이 바로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다.

 JST는 일본 과학기술 시스템 개혁과 과학기술 정책의 새로운 흐름을 생성한다는 임무 아래 지난 1996년 일본과학기술정보센터와 신기술사업단을 통합한 과학기술진흥사업단으로 출발했다. 지난 2003년 독립행정법인으로 위상을 재정립한 JST는 과학기술 연구 개발에 따른 교류 지원과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총 예산 1조6000억원에 직원만 500여명인 이 기관이 최근 다양한 연구 분야와 과학을 접목시키는 융합 연구와 사업에 속도를 냈다. 특히 과학을 매개로 한 다채로운 융합 이벤트와 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혜택을 부여한다는 목표다.

 ◇호모컨버전스 대중화 열풍=JST는 일본 정부의 과학기술기본계획에 따라 5가지 중점 사업 중 과학기술커뮤니케이션 사업을 해마다 확대 중이다.

 3년 전 ‘과학과 음악의 밤’으로 과학과 예술의 접목을 첫 시도한 뒤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으로 확대 시행하고 처음으로 공모를 통해 행사의 주제도 선정했다. 내년 1∼2월에 도쿄와 카가와현에서 각각 열릴 예정인 행사는‘과학과 천문학’, ‘과학·로봇·음악’을 주제로 기획 중이다.

 이 행사의 실무를 담당하는 JST 과학네트워크부 지역네트워크과 유카리 테라다 연구원은 “두 발로 걷는 로봇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인 일본의 로봇 과학의 현 주소를 예술이라는 틀을 빌어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이라고 소개했다.

 ◇사회 문제도 융합 연구로 해결=마사타카 와타나베 JST 과학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 행사는 인간의 오감과 과학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고찰뿐 아니라 다양한 여타 분야로 연구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준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실제로 JST는 과학 이외에 사회학·심리학·윤리학 등 다른 학문간 지식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수년 간 추진해왔다.

 대표적으로 과학기술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 아래 이미 8년 전부터‘사회기술연구개발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3년 단위로 추진한다.

 현재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는 갈수록 증가하는 아동 성범죄 등으로부터 어린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거나 테러 방지, 쓰나미 피해 줄이기 등이다. 이들 연구 과제는 단순히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적인 기술만을 활용하기보다 사회학과 인문학의 지식을 다각도로 접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사업을 담당해온 과학기술네트워크부 지역네트워크담당 코이즈미 테루다케 과장은 “일본에서 아동 범죄가 사회 문제로 대두하면서 과학과 사회학을 접목한 연구가 필수불가결해졌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과점에서 다양한 지식 융합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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