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대 5 대1’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주를 둘러싸고 경합했던 러시아, 아르헨티나, 우리나라 연구용 원자로 가동갯수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최근 수주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주건은 원자력 분야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사건이다. 원자력 강대국인 러시아(아톰스트로이엑스포트), 이집트, 호주 등에 잇달아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한 아르헨티나 인밥 등과 같은 강자를 제치고 얻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원자력 통합 솔루션 국가 강조=우리나라가 세계 6위의 상업용 발전시설(20기)을 보유하고 세계 최고의 원전 가동률(93.4%)을 자랑했지만 해외에서는 무명에 그쳤다. 수출실적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요르단 수주전에서도 이것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네덜란드 수주전처럼 경쟁사들이 이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승부수는 기술력을 직접 보여주자는 것. 지난 9월 방한한 요르단 실사단에게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 뿐만 아니라 월성원자력발전소, 창원 두산중공업 공장, 경주 방폐장까지 보여줌으로써 연구용부터 상용, 방폐장에 이르는 모든 솔루션을 갖춘 국가임을 보여줬다. 특히 요르단은 2030년까지 상업용 원전 4개를 지을 계획을 갖고 있어 우리나라 상업용 원전시설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강영철 교과부 원자력국장은 “요르단이 기술평가를 위해 프랑스, 호주, 이집트, 모르코, IAEA 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을 받았으나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실패건이 교훈=요르단 입찰에 앞서 우리나라는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입찰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아르헨티나 인밥에 가격조건에 밀려 최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아직 인밥이 최종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만큼 바늘구멍 같은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희박하다. 이 입찰에서 우리나라가 얻은 교훈은 컨소시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네덜란드 입찰에서 우리나라는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전력기술·두산중공업·대우건설 등 4개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그러다보니 서로 위험요인을 회피하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해 가격 결정이 늦춰지고 높아졌다. 이번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우건설 등 2개로 컨소시엄을 단순화했으며 충분히 협의한 후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나섰다=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초청,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원자력 협력을 요청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정상회담 이후 한국에 전적인 신뢰를 갖게 됐고 우리 측은 이번 연구용 원자로 수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한승수 전 국무총리,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김중현 교과부 2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도 요르단 정부 관계자들을 끊임없이 접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안 장관은 지난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총회 참석 당시 요르단 원자력위원회 칼리드 투칸 위원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안병만 장관은 “투칸 위원장이 한국기술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고 걱정하지말라고 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며 “50년 만에 우리나라 원자력 브랜드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쾌거”라고 말했다. 또 파이낸싱 등 다양한 금융 조건 등을 정부가 제시한 것도 수주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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