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번호를 ‘010’으로 강제통합하는 정책이 전면 재검토된다.
29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3월이면 010 이동통신 가입자가 80%가 되는데, 1000만명에 달하는 011, 016, 017, 018, 019 가입자를 강제로 010으로 통합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그 때 가서 번호 통합정책을 전면 재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80%가 010으로 전환되면 나머지 가입자도 강제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번호정책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로선 010 번호 사용자가 80%에 이르면 강제로 번호를 통합하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이해됐다.
◇“010 번호통합 전면 재검토”=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정통부와는 달리 방통위로 바뀌면서 국회에서 강제 번호 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됐다”고 배경을 소개한 뒤 “어떤 정책을 조기에 확정짓기 보다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걸 보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고위 관계자는 “당시 번호통합 정책을 도입한 이유는 번호자원 부족과 번호의 브랜드화 방지였는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 같은 상황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면서 “번호통합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010번호 통합을 포함한 과제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용역 의뢰했는데,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방통위의 번호 통합 정책은 010 가입자가 80%선을 넘어서는 내년 3월께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통위는 정책 결정 시기보다는 내용과 절차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책을 추진할 때의 정책목표와 현재 상황, 010 자동 전환 추이, 이용자 후생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면서 공청회 등을 열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정책 일관성 없다” 비판도=이동통신 3사는 이에 따라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SKT를 겨냥해 010 마케팅에 집중해온 KT는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KT 관계자는 “무엇이든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의 번호통합 정책 로드맵에 따라 010 마케팅과 가입자 확보에 총력전을 벌여왔으나 갑자기 정부의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KT는 3G에서 01x번호를 표시해 주는 서비스를 12월 1일부터 제공하기 위해 준비한 바 있다. 이는 ‘017-281-XXXX’를 쓰는 고객이 ‘010-281X-XXXX’ 번호도 함께 쓰면서 3G를 이용하는 것이다. 친구가 017번호로 내게 전화 걸 수도 있고 내가 전화걸면 친구에게 017로 표시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번호연결서비스와는 다르다. 017 번호로도 3G 이동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010 이용 고객 비율이 KT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소비자의 번호 선택권을 존중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한편 한국YMCA는 지난 5월 방송통신위원회에 소비자 선택권 제한을 이유로 3G 가입시 010번호 전환 의무화 반대와 010번호 강제통합 반대를 골자로 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서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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