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계 "논의 배제" 불만…연구소 등 이전 혼란
정부가 세종시를 ‘교육·과학도시’로 육성한다는 밑그림을 내놨지만 정작 논의 구조에서 배제된 과학기술계와 정책 당국,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불만이 고조됐다. 일부 연구시설과 연구소의 세종시 이전을 놓고 마찰이 벌써 일고 있어 적잖은 후유증을 예고했다.
24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날 국무총리실 주재 민관합동회의에서 공개된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 “미리 내용을 공유하지 못했으며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세종시 자족기능 확충방안 발표에 대해 교과부 고위관계자는 “사전에 교과부와 충분히 논의된 내용은 아니며 교과부 산하 연구소 이전 문제 등도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세종시 중간 수정안을 통해 ‘교육·과학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견을 명시했지만 정작 주무 부처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았음이 확인된 셈이다.
세종시와 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관계에 대해 정부는 사실상 세종시에 과학벨트를 유치하는 안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교과부와 출연연들은 ‘총리실의 처분’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교과부는 최근 세종시에 들어갈 초·중등 교육기관과 대학, 연구소 등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과학벨트 이슈를 TF에서는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TF를 총괄하는 교과부 관계자는 “말 그대로 이 TF는 세종시 방안에 교과부가 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취합하기 위한 실무 TF”라며 “과학벨트는 기존 추진단이 순서에 따라 추진할 뿐 TF에서의 논의를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관합동위는 과학벨트의 핵심 사업인 ‘중이온가속기’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안을 언급했는데 이 역시 문제를 안고 있다. 중이온가속기 설치 시 핵심적 검토 사항인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세종시 인근의 사전 연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출연연 이전을 둘러싸고 잡음이 예상된다. 민관합동위는 해외 연구소도 세종시 이전을 적극 검토 중이며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를 거론했다. 그러나 포항시는 막스플랑크재단과 이 연구소의 설립을 추진해온 상태다.
수정안에 거론된 3개 국내 출연연구소의 이전 중 국가핵융합연구소 제2캠퍼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새만금을 1안으로 놓고 가능성을 저울질해왔다. 국제화를 고려하게 되면 과학벨트에도 상주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세종시의 색깔이 수시로 바뀌자 과기계는 혼란에 빠졌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세종시가 (원하는 것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말이 과기계에 나돈다”며 “출연연들은 기초기술연구회나 교과부의 움직임만 예의주시하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실연을 비롯한 11개 과학기술 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25일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정치적 이용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공동 성명서를 낼 예정이다. 이들은 “과학벨트가 세종시의 정치적 논리에 이용돼서는 안 되며 과기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상선 한국과총 사무총장은 “현재 세종시에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상황이 됐는데 이건 아니다”며 “장기적인 과학기술 발전 차원에서 용지 선정 등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