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0만명에 이르는 회원에 등록된 상품만 800만개, 하루 방문자수가 200만명이 넘고 일일거래액 100억원이라는 오픈마켓 옥션의 IT는 확장성과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단 1분만 시스템이 멈춰도 1000만원 이상 손해를 본다는 옥션에서 시스템 안정성은 매출과 직결된다. 99.9999%의 가용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 안정성을 위해서는 위기 대응 체제를 갖추는 것도 필수다. 떠들썩했던 고객정보유출 사건 이후 보안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5년째 옥션의 기술 전략을 지휘하고 있는 최승돈 부사장의 하루가 숨가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은 다르다=e베이는 전 세계 35개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시스템들은 미국 본사에서 일괄 관리한다. 단 우리나라 시스템만 예외다. 최 부사장은 “e베이의 옥션 인수 당시 한국의 시스템을 e베이의 글로벌 시스템 체제로 통합시키려 했다”며 “그러나 통합되지 않고 오히려 e베이가 독립성과 우위를 인정해 준 첫 번째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한국 시스템은 닫으라’고 주문하던 e베이에 대항하며 앞장서 시스템 통합을 막아 낸 장본인으로서 최 부사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더 나아가 현재는 한국에 e베이의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단계에 있다. 미국 본사에서 전 세계 시스템과 서버를 통합 관리하고 있는 e베이의 이력에 견줘봐도 이례적인 일이다. 최 부사장은 “몇 년 전부터 데이터센터의 아웃소싱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도리어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선회하게 됐다”며 “국가별로 산재된 시스템의 통합과 효율화를 통해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e베이 본사의 이 같은 결정에는 ‘한국은 다르다’는 신뢰가 바탕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 옥션은 지난 2년 전부터 재해복구(DR)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위기 대응을 위한 IT 체제를 강건히 했다.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카드번호 등 개인정보의 암호화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데이터베이스(DB) 접근통제 등을 통해 철통 보안체계를 마련했다. 한 차례 고객정보 유출사건을 겪었던 터라 최 사장은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쳤지만 덕분에 현재 옥션의 보안 수준은 그 어느 곳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옥션의 보안 시스템만큼은 e베이의 글로벌 통합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다. 해커들의 공격이 한국보다 더 극렬한 미국 본사의 노하우를 접목하기 위해서다. 매 분기마다 보안 수준에 대한 외부감사도 받고 있다. 직원들에게 보안의식 강화 교육도 실시하는 한편 방화벽 업그레이드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컨설팅 등을 통해 보다 강력한 보안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의 효율적 관리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확대=5년 전 최 부사장이 옥션에 온 이후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시스템 확장성이다. 가능한 모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확장성에 주안점을 둬 교체했다. 지난 5년간 약 2배의 성장을 기록해온 옥션에서는 데이터 용량도, 필요한 기능도 그만큼 늘어났다. 옥션과 G마켓을 합하면 트래픽이 10배 이상 늘어나 e베이의 대용량 트래픽 처리기술도 접목시키고 있다.
특히 대용량 데이터 처리와 스토리지의 효율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초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 부사장은 “대용량 데이터 분석 및 처리와 효율적 스토리지 운영을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데이터웨어하우스(DW) 등에 스토리지 가상화 등을 단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차차 핵심 업무 시스템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 환경으로의 전환도 가속될 계획이다. 최 부사장은 “대량 리스팅(Listing) 등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강화해 타 사이트나 인터넷 사이트과의 제휴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술에 대한 수용 폭을 넓히고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자는 취지에서 옥션의 모든 시스템 교체주기는 3년 이내로 정했다. 개발시에는 특히 속도를 중시해 정확한 개발완료 시기 엄수를 생명처럼 여기고 있기도 하다.
◇G마켓과 ‘한 몸’ 되기=내년 이후 최 사장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올해 한 가족이 된 G마켓과 하나가 되기 위한 작업이다. 이를 위해 시스템은 물론 IT 개발방법론 등 IT 전략과 조직의 융화를 꾀할 방침이다.
물리적 통합은 올 상반기부터 시작해 현재 진행 중이다. 사내 인트라넷은 통합하고 쇼핑몰의 핵심 시스템은 분리해 두 개의 플랫폼으로 가져가되 검색엔진, 판매자 툴 등 공통으로 사용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일부 시스템들은 통합해 관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 브랜드의 시스템을 진단 중이며 중복되는 시스템 혹은 공통화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통합 작업 등을 거쳐 내년 안에 체계화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의 오픈마켓이 결합한만큼 양사에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력을 높이고 사용자가 더 편하고 쉽게 원하는 물건을 찾아낼 수 있는 개발도 추진 중이다.
각 100여명에 이르는 개발 조직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지는 않고 각 시스템 운영을 독립화하되, 최 부사장의 지휘 아래 두 조직이 한 몸과 같은 일체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와 개발 체계도 일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최 부사장은 “옥션과 G마켓이 하나가 됨으로써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통틀어 4위로 등극했다”며 “향후 3년 내 유통업계의 1위로 올라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두 기업의 매출액 합계가 7조에 이르는 만큼 현재의 두 자리 수 성장세로 미루어보아 수년 내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아성을 넘을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최승돈 부사장(CTO)은.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미국IBM과 RADIAN에 근무했다. 이후 스톤앤웹스터으로 이직했으며 한국에서는 2000년부터 3년 간 한글과컴퓨터의 CTO를 맡아 수행했다. 이후 옥션으로 자리를 옮겨 이사직을 거쳐 현재 옥션과 G마켓의 부사장 겸 기술총괄(CTO)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