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원자력 육성 부분이 제외되고, 배출권 거래제도는 총량제한 외에도 여러 가지 방식이 도입된다.
국회 기후변화대책특위(위원장 이인기)는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3차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안(대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기존 이인기·배은희·김성곤 의원이 각각 상정한 기후변화특별법과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이 하나로 묶여 대안으로 통과됐다. 비슷한 네 가지 법안을 하나의 대안으로 묶은만큼 선택의 폭을 넓혀 규제를 보다 완화한 게 특징이다.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안은 기존에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도만 도입하도록 하던 것을 자율적 규제 등 여러 방식이 가능하도록 유연성을 뒀다.
자동차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규제하려던 것을 기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연비로도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특이한 점은 49조의 원자력발전 육성 관련 조항을 삭제하면서 ‘원자력 발전소 증설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책과 원자력이 상충된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 수용된 결과다.
대신 여당인 한나라당은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기존 대통령 직속에서 환경부 산하로 격하시켰다. 여당은 지속가능과 녹색이 업무적으로 상충된다는 입장이지만, 원자력을 포기하고 지속가능발전위의 격을 낮추는 것을 선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후변화대책특위에 따르면 이날 통과된 법안은 이르면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안의 특성상 배출권 거래제 등 보통 법률보다 전문적 내용이 많아 이전 단계인 법사위에서도 법안 내용을 수정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오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15)에서 발언권을 얻으려면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안의 통과가 필수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으면 의무감축 내용만 받고 올 수도 있다”며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은 우리나라가 의무감축을 받지 않기 위한 하나의 무기이기 때문에 서둘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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