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대유행 대비해…중소기업까지 확대 공감대
日 중기청 등 도입 지원…국내선 BCP 개념도 ‘깜깜’
“기온이 내려가고 공기가 건조해지는 가을부터 신종플루 대유행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업연속성계획(BCP)이 요구된다. 지금 당장 직원들의 업무를 조사해 ‘누가 쉬면 문제가 생길 것인가’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있는 마케팅 시스템 통합(MSI) 업체 지쿠의 CEO 히노 야스히로사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미룰 수 없는 BCP’란 제목으로 지난 8월18일 쓴 이 글에서 히노 사장은 신종플루 대유행을 예상하면서 BCP를 통해 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일본에선 의심 사례를 포함해 2일까지 신종플루로 46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8월에는 전국적인 신종플루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후생노동성 발표도 있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 사이에는 BCP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질 뿐 아니라 BCP를 도입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BCP와 관련해 특히 일본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미리 준비했다는 것과 중소기업에 대한 BCP 도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진, 태풍, 집중호우 등 재난ㆍ재해가 잦은 탓에 일본 기업들은 벌써부터 BCP를 도입해왔다. 특히 대기업들은 재난ㆍ재해로 인한 경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BCP에 큰 관심을 같고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투자 여력이 부족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BCP 도입을 미뤄온 경우가 많다. 이런 중소기업에게 신종플루 대유행은 더 이상 BCP를 도입하는 데 주저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줬다. 신종플루 대유행 전에 BCP를 도입한 대기업과 비교해 BCP 도입을 미뤄온 중소기업이 입는 피해가 극심하리란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신종플루에 걸려 어떤 직원이 결근하면, 대기업에선 결근 직원이 하던 업무에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선 그 업무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신종플루 대유행이 현실이 돼 대규모 결근 사태가 벌어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미리 BCP를 도입해 운영해온 기업은 BCP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응해 비교적 적은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러나 BCP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대규모 결근 사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기업 경영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로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히노 사장은 “당사자가 감염됐을 경우뿐만 아니라 아이나 부모님 등 가족이 감염됐을 경우에서도 간병 때문에 회사를 쉬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게다가 우리 회사엔 감염자가 적어도 거래처와 고객, 사업파트너가 쉬게 되면 업무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기업뿐 아니라 일본 정부나 경제단체에서도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에게 BCP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청은 일본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미 2006년 2월20일 ‘중소기업 BCP 책정 운용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본 중소기업청은 “가장 효과적인 재해 대책이란, 중소기업이 사전 준비를 제대로 강구해 만일 재해를 당해도 피해 자체가 적도록 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사전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BCP 책정 운용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일본 상공회의소도 중소기업 BCP 도입을 지원하고 나섰다. 일본 상공회의소는 지난 10월 15일 ‘중소기업을 위한 BCP’를 알기 쉽게 설명한 동영상으로 제작해 웹사이트(www.jcci.or.jp)에서 볼 수 있도록 했고 BCP 도입 기업 명단도 공개한다.
최근에는 일본의 BCP 컨설팅 기업들까지 신형플루 관련 BCP 마케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 예로 2000년 설립된 보안 솔루션 업체 GSX는 신형플루에 대응한 BCP를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독성’을 고려한 유연한 행동 계획ㆍBCP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9월 노동부가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대비 사업장 업무지속계획(BCP)수립 매뉴얼’을 발표했다. 노동부 쪽은 이 매뉴얼에 대해 “신종플루 대유행으로 대규모 결근 등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사업장에서는 업무를 지속시키기 위한 사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밝혔다.
노동부가 발표한 매뉴얼은 신종플루 대유행과 관련해 사업장 대응체계(조직) 마련, 대규모 결근발생에 대비한 필수유지업무 지정 및 인력운용 계획수립, 사업장내 감염관리, 환자 발생 시 대처요령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노동부 매뉴얼에 대해 김동헌 한국비시피협회 사무국장은 “요즘 BCP라는 용어가 국민에게 가깝게 인식되어 가는 것 같아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하며 “BCP는 각종 재해/재난/사고로 인한 업무중단에 대응하여 핵심업무와 그 기능(critical business functions)에 관한 비상대응계획 및 복구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말한다.”
또 “BCP에는 업무중단발생에 따른 위기관리조직, 위기관리절차,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전략 등위기관리방안과 핵심업무와 기능에 관한 비상대응계획과 업무재개절차와 전략, 기술자원의 복구, 중요정보/기록(vital records)관리 등의 내용을 포함하여야 한다. 특히 비상대응계획에는 자체의 예ㆍ경보체계를 수립하여 적절한 예ㆍ경보운영을 하여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이주현 기자(yijh@di-f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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