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e북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훨훨’ 날고 있다. 아이리버가 내놓은 전자책 ‘스토리’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출시 한 달만에 독일·영국·이탈리아 등지에서 대형 서점과 공급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켰다. 아이리버는 이 추세라면 출시 원년인 올해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2만5000대 가량은 너끈히 팔아 치울 것으로 낙관했다.
아이리버(대표 김군호)는 4일 독일에서 가장 큰 대형 서점인 ‘후젠두벨(Hugendubel)’과 e북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후젠두벨은 우리나라 교보문고와 같은 규모를 가진 업체로 독일 전역에 35개 매장을 두고 있다. 이번 제휴로 두 회사는 35개 모든 매장에서 스토리를 판매하고 온라인(hugendubel.de)에서도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기로 했다. 후젠두벨에 앞서 독일 내 도서 시장 3위 업체인 ‘벨트빌트(Weltbild)’ 전국 매장에도 진출했다.
영국 최대 대형 서점인 ‘워터스톤 (Waterstone)’과도 손잡았다. 워터스톤은 영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점으로 영국 전역에 20개 매장을 두고 있다. 이 밖에 이탈리아 ‘FNAC’에도 별도 공간을 확보해 제품을 팔기 시작했으며 러시아·미국·스위스 전자 전문 유통점에도 조만간 입점할 계획이다.
김군호 사장은 “전시회에서 샘플 형태로 제품을 선보인 수준이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제휴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샘플 제품도 보내주기 힘들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발매 이틀 만에 초기 물량 2000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별다른 홍보가 없었지만 지금까지 5000대가 팔려 나갔다. 이 회사 임지택 상무는 “국내외를 합쳐 올해 전 세계에서 2만5000대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며 “가격이 비싸지만 다양한 포맷을 지원하고 디자인에서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국내외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30만원대 중반으로 고가지만 ‘히트 상품’으로 등극한 데는 파일 포맷에 얽매이지 않고 텍스트 북에서 오디오 북까지 다양한 전자책을 읽고 들을 수 있다는 장점과 아이리버 고유의 단순하면서 현대적인 디자인이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토리는 전자책 전용 포맷인 PDF, epub은 물론 각종 오피스 문서 파일도 변환 없이 바로 볼 수 있다. 손쉽게 만화를 볼 수 있는 코믹 뷰어를 지원하며 최대 32GB까지 확장이 가능해 수천 권의 책도 한번에 소장할 수 있다.
디자인도 흰색으로 외관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애플 아이폰’을 확대해 화면 하단에 자판을 단 느낌을 줘 인터페이스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두께 역시 1㎝에 못 미치고 무게는 284g에 불과해 휴대성을 극대화했다. 최대 2Gb 메모리로 2500여권의 책을 저장한다. 한 번 충전하면 7000페이지 정도를 읽을 수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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